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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벼린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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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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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거 넘 가까운 거 아니오
밀착 내가 다니는 짐에는 잘 생기고 몸 좋은 트레이너 A가 있다. A는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목은 길고 가는데, 어깨는 태평양처럼 넓고, 가슴팍은 두툼했다. 상완이 굵직하였으며, 복근은. 아아. 며칠 전 일이다. A가 내 옆에서 수업했다. A가 가르치는 회원은 젊고 마른 여성이었다. A는 케틀벨 데드리프트, 스윙 따위를 하는 법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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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예쁜 쓰레기
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액체가 군청색 사각 유리병 안에서 찰랑인다. 심해를 옮겨놓은 것만 같다. 멋드러진 문양을 양각으로 새겼다. 핑크골드빛 마개가 병 주둥이 끄트머리에서 반짝인다. 생김새에 기품이 있다. 향수병 아니다. 술병이다. 싱글 그레인 위스키 ‘헤이그 클럽’보다 잘생긴 술병을 본 적이 없다. 잘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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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무릎
아들의 무릎에 피가 번졌다. 내가 큰놈에게서 눈을 뗀 것은 채 10초가 안 됐다. 코발트 빛으로 물든 에버랜드의 밤하늘이 너무 예뻐서 잠깐 한눈을 팔았다. 10초는 긴 시간이었다. 아들이 없었다. 놀라서 주위를 살폈다. 녀석은 저만치 양팔을 좌우로 펼치고 제 엄마를 쪽으로 다다다 뛰고 있었다. 그러다 콰당 앞으로 자빠졌다. 넘어지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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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가요의 효용
가요예찬 가요는, 클래식이나 재즈가 긁어주지 못하는 제 갬성의 어느 한 부분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클래식이 우월하고 가요는 열등하다,는 아닌 거 같아요. 그냥 다 취향대로 들으면 되는 거죠 뭐. 가요는 실용적이에요. 치어업이 필요할 때에는 트와이스를 들어요. 그러면 조금 힘이 납니다. 요즘 운동할 때에는 그룹 위너의 노래를 들어요. ‘끼 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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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못쓴] 죄 없는 자 이태리에 돌을 던져라
비정한 이태리 죽을 각오로 바다를 건넌 난민도, 그런 난민을 거부한 이탈리아도 저마다 사정은 있다. 이탈리아와 몰타가 내친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항에 입항했다. 이 배에는 난민 629명이 타고 있었다. 고무보트 따위에 몸을 싣고 리비아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사람들이었다. 여성이 80명이었는데, 최소 7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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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대게는 대게 맛있지만
뇌가 알코올 속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처럼 손바닥을 뒤집어서 앞으로 쭉 뻗으면 거미줄이 아니라 알코올이 찍 나갈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따위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오늘 아침 출근했다. 숙취가 지독하다. 어제, 대게 철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사다 먹자고 친지가 말했다. 마다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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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 일지
피부에 양보하세요 나는 피부가 썩 좋은 편이다. 백옥은 아녀도 흑옥(여름철) 아니면 황옥(겨울철)쯤은 된다고 자부한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마와 두피를 중심으로 좁쌀 같은 여드름이 봉긋봉긋 솟기 시작했다. 사춘기도 아닌데 말이다. 두피라니. 머리를 밀고 다니는 내게 두피 여드름은 치명적이다. 빡빡머리 속 여드름처럼 보기 싫은 것은 드물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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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추운 나라에서 온 보드카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프랑스에서 온, 포도로 빚은 보드카 ‘시락’을 먹었다. 시락은 프랑스 꼬냑 지방의 포도를 저온 발효한 뒤 다섯 차례 증류해서 만든다. 화이트와인을 증류한 셈이다. 세상에. 러시아를 대표한 술,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감자, 옥수수 등 곡물로 주조한다. 보통 저렴한 곡물을 쓴다. 재료가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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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못쓴] 대통령 박근혜 파면(박근혜와 함께한 토요일6·끝)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법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탄핵 심판이 임박한 무렵 나는 사건팀 부팀장으로 승진 아닌 승진을 했다. 경찰청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으므로, 나는 현장을 지킬 수 없었다. 역사의 순간 헌재 앞에 있을 수 없다는 아쉬움과 현장에서의 내 몫(몸빵)을 후배에게 미뤘다는 미안함이 교차했다. D-2 심판일이 다가오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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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응답하라 1812
부모가 뭐라든 제목만 보고 벌써 짐작하신 분들도 있으시죠? 차이콥스키 스스로 졸작이라고 평가한,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프랑스는 빼고)가 사랑하는 음악 ‘1812년 서곡’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아닐걸요. 최근 오너 일가가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인 적이 있고요.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클라이맥스에서도 이 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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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못쓴] 집이 쩍쩍 갈라져 무너지게 생겼는데
얼마 전 본 용산 상가 건물 붕괴 사고 뉴스는 나를 3년 전 겨울로 데려갔다. 2015년 크리스마스가 며칠 지난 일요일이기도 했다. 몹시 추운 날이었다. 나는 기자실에서 기획기사 한 꼭지 쓰고 집에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실력 없이 연차만 쌓은 사스마리(경찰기자)였다. “야, 서울 OO구 주택가에 금이 가서 사람들 대피하고 난리란다. 가봐.” 지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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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너의 모든 순간
어젯밤 아내와 크게 다퉜다. 아내는 오늘 아침 큰놈만 데리고 어디론가 나갔다. 덕분에 나는 둘째와 종일 내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고마워, 여보. 아이는 빨리 큰다. 그러므로 아이의 어떤 표정과 몸짓은,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는 볼 수 없다. 나는 이 사실을 큰놈을 키우면서 알았다. 돌 무렵 큰놈은 자동차 열쇠를 귀에 가져다 대고 “따뚜?”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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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골퍼들께 죄송 + 일지
아마도 완성 한동안 스콰트 자세 생각 뿐이었다. 200㎏에 성공한 직후에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때 찍은 영상을 곱씹었다. 무엇인가 잘못돼 있었다. 보폭이 걸렸다. 지하철 세이프도어, 광택이 있는 엘리베이터 벽면, 거울 등 내 모습이 비치는 데에만 서면 보폭을 넓혔다 좁혔다 하면서 슬쩍, 얕게 스콰트 앉는 자세를 취했다. 상체도 걸렸다. 더 안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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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캐러멜에 바닐라를 끼얹었나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블렌디드 위스키 시바스 리갈 18은 깊고도 달다. 그래서 한 모금만 마셔도 행복해진다. 왠지 축 늘어지는 날, 지친 날, 위로가 된다. 달콤한 위로다. 광택이 있는 파란 띠로 술병을 장식했다. 시바스 리갈 18의 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족을 뜻하는 영어 표현 ‘블루 블러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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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못쓴] 박근혜와 함께한 토요일5
관찰자로서 내가 본 촛불집회의 몇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다. 최대한 자료에 의존할 것이나, 기억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탄핵 전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쓴다. 이성을 잃다 2017년 2월 25일, 그것은 최후의 발악이 아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임박하면서 이른바 애국세력의 과격성은 그 정도를 더해갔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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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베토벤 피아노의 최고봉2
인내하는 자, 복 있을진저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또 하나의 정점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op.120)에 대해 쓴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변주곡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곡이기도 하다. 얼마 안 되는 나름의 [음악] 시리즈를 끌어오면서 이렇게 감상하기 어려운 곡은 없었다. 규모가 크고 형식이 중구난방인 구석이 있어 집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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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초-식사편(2) : 만석아 사랑한다
내사랑 만석이 나는 온갖 고기를 다 좋아한다. 소, 양, 돼지, 닭, 멍멍이까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크, 삼겹살, 보쌈, 족발, 양갈비, 배받이살, 빨간찜닭... 헉헉. 튀긴 고기 또한 사랑해 마지않는데, 그중 닭강정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어릴 때 나는 외가에서 해주신 닭강정을 즐겨 먹었다. 사회에 나와 닭강정을 사 먹었는데, 그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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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갬성] 의식이 흐른다
막 퇴근해서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홀짝이고 있어요. 오늘의 술은 시바스 리갈 18년입니다. 시바스 리갈 18년은 아주 깊고 달아서 좋아해요. 몸과 마음이 지친 날 시바스 리갈 18년을 마시면 좀 위로가 돼요. 더 쓰면 술스팀이 될 테니까, 목요일을 위해 남겨둬야겠습니다. 집에 오는 길 인도 안전 펜스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는 걸 봤어요. 철제 펜스가 구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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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200㎏ 정복 + 일지
했노라, 깔렸노라, 들었노라 드디어 스콰트 200㎏를 돌파했다. 마구리 빼고 203.2㎏다. 내 최고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거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무게일지 모른다. 내게는 하나의 봉우리였다. 정복했다. 기쁘다. 다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감사하다. 메모 등을 확인하니, 내가 처음 200㎏에 도전했던 게 2016년 11월 1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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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희석식 소주의 왕, 한라산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차게 식은 한라산 소주에서는 보드카 맛이 난다. 물이 좋아서일까. 독하면서도 깨끗하고, 순수하다. 가히 희석식 소주의 왕이라 할 만하다. 10여년 처음으로 전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맛봤다.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그 이후로 한라산을 파는 술집에서는 꼭 한라산만 마신다. 의심 없는 믿음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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