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바다를 건넌 난민도, 그런 난민을 거부한 이탈리아도 저마다 사정은 있다.
이탈리아와 몰타가 내친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항에 입항했다. 이 배에는 난민 629명이 타고 있었다. 고무보트 따위에 몸을 싣고 리비아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사람들이었다. 여성이 80명이었는데, 최소 7명이 임신부였다. 13세 미만의 어린이 11명과 청소년 89명도 이 배에 타고 있었다.
아쿠아리우스는 비정부기구 ‘국경없는의사회’ 등이 운영하는 구조선이다. 이 배는 난민을 태우고 지난 10일 이튿날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항에 접근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거부하고 이탈리아 남쪽 섬나라 몰타에 떠넘겼다. 몰타 역시 난민선을 못 받겠다고 버텼다.
이튿날 스페인이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허용했다. 난민들이 겨우 육지를 밟았다. 내가 보기에 보수파 마리아노 마호이 전 스페인 총리가 집권당 부패에 연루돼 실각하지 않았다면 아쿠아리우스는 더 오래 지중해를 떠돌아야 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이탈리아 개새끼”라고 욕하기는 쉽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비판했다. 글쎄, 내 생각에 이탈리아는 억울하다.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60만명의 난민을 받았다. 같은 시기에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총 180만명이었다. 유럽행 난민 3분의 1을 이탈리아가 책임진 것이다.
내 배가 고프면 남의 아픔을 돌아보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남이 내 밥그릇을 뺏는다면, 그건 도무지 용납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경기는 극도로 침체됐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고, 청년실업률은 약 35%다. 다 난민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예 영향이 없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난민에 대한 민중의 혐오, 분노가 들끓었다. 정치인들은 민중의 분노를 발 빠르게 활용했다. 현재 이탈리아 집권 연립정부의 한 축인 극우동맹당의 지지기반은 반(反)난민 정서다. 극우동맹당 대표이자 이탈리아 내무장관인 마테오 살비니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가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는 없다. 난민 추방 센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아니다.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예멘인 561명이 제주도에 들어왔고 519명이 난민 신청했다. 2015년 예멘인 난민 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2016년 7명, 지난해 42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500명을 돌파했다. 제주도로 무비자 입국해 난민협약국 한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난민 문제는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갔다. 지난 13일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난민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5일 만에 20만명 이상이 이 청원에 동참했다.
다시, 난민선을 쫓아낸 이탈리아는 개새끼인가.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앞서 말했듯, 이탈리아는 5년간 난민 60만명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