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갖 고기를 다 좋아한다. 소, 양, 돼지, 닭, 멍멍이까지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이크, 삼겹살, 보쌈, 족발, 양갈비, 배받이살, 빨간찜닭... 헉헉.
튀긴 고기 또한 사랑해 마지않는데, 그중 닭강정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어릴 때 나는 외가에서 해주신 닭강정을 즐겨 먹었다. 사회에 나와 닭강정을 사 먹었는데, 그 비슷한 맛을 내는 집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프랜차이즈 닭강정을 섭렵했으나, 다 별로였다.
내 사랑 인천의 자랑 신포닭강정도 마찬가지였다. 신포닭강정은 그 나름의 매콤한 맛의 매력이 분명하였으나, 그것은 내 닭강정 이상형과는 멀었다. 닭강정은 무릇 달고 진득하면서 매운 듯 아닌듯한 향이 풍겨야 하는 법이다. 신포닭강정은 노골적으로 매웠다.
재작년인가 속초에 놀러 갔다가 별생각 없이 만석닭강정을 사먹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 바로 이 맛이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닭강정의 이데아였다.
그 때문에 이번 속초 여행에서 닭강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만석닭강정과 대게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전자를 택할 정도였다. 오 주여 그런데 우리가 묵은 숙소 지하 상가에서 만석닭강정을 떼다 파는 것이 아닌가. 할렐루야. 2박스 4만원어치를 사서 다 먹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그냥 대성공이었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비정기적으로 만석닭강정을 판다. 가끔 발견하면 여지없이 산다. 이 글을 읽은 분 가운데 만석닭강정을 못 드셔본 분들이 계실까 봐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만석닭강정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내 기준에서 만석닭강정은 그냥 딱, 내가 생각하는 닭강정의 본질적인 맛을 낸다. 그런데 이 맛을 내는 집이 주위에는 없다.
혹시 프랜차이즈 닭강정 중에 만석닭강정과 유사한 맛을 내는 집 아시면 제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녁에는 바비큐를 해 먹기로 했다. 4만원만 내면 숙소 측에서 바비큐 통과 숯, 테이블, 가위 등을 제공해주었다. 바비큐를 예약하고는 아들들과 양떼목장에 갔다. 양떼목장은 평창에서 가깝다. 평창한우!
물어물어 평창의 한 정육식당에 갔다. 현장에서 사면 좀 싸겠지 싶었다. 하, 아니었다. 등심인가가 100g당 1만 5000원이었다. 우리 동네 이마트에서 파는 그 한우 가격과 거의 같았다. 고기야 더 좋을지 모르겠지만.
최소 2팩은 사야 고기 맛을 좀 볼 것 같았는데, 그러면 10만원이었다. 고기를 집었다 놓았다 하다가 결국 내려놓았다. 아아 한우를 사 먹기에 나는 코스트코 미국산 소고기 가격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우리집에서 한우를 먹을 수 있는 건 우리 작은놈뿐인 것일까.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삼겹살도 맛있었다...
그래도 반주로 한 지역 막걸리가 기대 이상의 맛을 내서 조금 위로가 됐다. 산미가 강하고, 요구르트와 비슷한 향이 비교적 강했던 것 같다. 역시 아스파탐은 들어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 구체적인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막걸리를 먹고, 지역 소주를 먹고, 카스에 지역 소주를 타서 먹었다.
아쉬워서 지하 편의점을 기웃대다가 윈저 시그니처? 라는 위스키를 발견했다. 흠 무슨 맛일까, 궁금해졌다. 늘 호기심이 문제다. 걍 죠니 블랙이나 마실 걸. 부드럽다 못해 밍밍하고, 향이 진한데 묘하게 인공적이었다. 이상해서 성분표를 뜯어보았다.
아뿔싸, 이것은 위스키가 아녔다.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아니라 35도였다. 게다가 대추향 등등이 첨가돼 있었다. 용량도 500㎖이 아니라 450㎖이었다. 뭔가 5씩 모자란 미묘한 술이었다. 위스키가 아니라 '스피릿' 이라고 쓰여 있더라. 다시는 안 사 마시는 걸로.
귀성길 속초 맛집이라는 ‘실로암 막국수’에 갔다. 나는 사실 속초에서 막국수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여행 기간 중 물회를, 곰치해장국을 못 먹었다. 하지만 내겐 결정권이 없다.
동치미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를 시켰다, 수육도 한 접시 시켰다. 수육은 한 접시에 2만 3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기름졌다. 다시 먹고 싶지 않았다.
막국수는 나쁘지 않았다. 따로 나온 동치미 국물만 마시면 너무 삭은 맛만 났는데, 그걸 양념이 된 막국수 부으니 새콤하고 신선한 것이 썩 괜찮았다. 비빔은 간이 세고 그저 그랬다. 각각 8000원이었던 것 같다. 먹는 내내 물회, 곰치해장국 생각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