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알코올 속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처럼 손바닥을 뒤집어서 앞으로 쭉 뻗으면 거미줄이 아니라 알코올이 찍 나갈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따위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오늘 아침 출근했다. 숙취가 지독하다.
어제, 대게 철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사다 먹자고 친지가 말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저녁 식탁에는 주홍 알이 꽉 찬 대게가 허연 배를 까뒤집은 채 누워있었다. 어미를 먹고, 그 어미가 밴 알까지 좋다고 먹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약 1초쯤 생각하고 게를 양손으로 집어 물고 뜯었다.
허연 속살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단단하게 뭉친 알덩이는 단호박처럼 보였다. 몹시 고소했다. 게딱지에 밥을 한 숟갈 넣고 챔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었다. 더 고소했다. 게를 찐 물에 집게발 몇 개를 뜯어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에서 바다맛이 났다. 술이 술술 넘어갔다.
게만 먹었으면 원기가 왕성해졌을 터인데, 게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먹었다. 늘 술이 문제다. 화요 41을 먹고 참이슬을 먹고 피츠를 마시고 피츠에 참이슬을 타 마셨다. 그리하여 내 기운은 먹기 전과 후가 똔똔이 된 것일까. 지금 몸 상태로 보아하니 손해가 더 크지 않나 싶다.
나이를 먹으니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대 초반에는 어지간히 마셔도 다음날 오후면 멀쩡했는데 이제는 언감생심이다. 어제처럼 먹은 날에는 해독하는데 24시간이 모자라. 푹 잔다고 했을 때 36시간쯤 지나야 술이 좀 깬다. 아 내일 스콰트 하는 날인데!
사족
친지 댁에서 인생술잔을 만났다. 3원색의 키치한 색감이 레트로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소줏잔이었다. 나는 이 어여쁜 잔에 찰랑찰랑 술을 따라 즐겁게 마셨다. 친지는 술잔을 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기뻐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쥐고 먹었다. 오늘 아침 그 잔을 친지 댁에 두고 출근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