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프랑스에서 온, 포도로 빚은 보드카 ‘시락’을 먹었다. 시락은 프랑스 꼬냑 지방의 포도를 저온 발효한 뒤 다섯 차례 증류해서 만든다. 화이트와인을 증류한 셈이다. 세상에.
러시아를 대표한 술,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감자, 옥수수 등 곡물로 주조한다. 보통 저렴한 곡물을 쓴다. 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증류를 반복하다 보면 풍미가 비슷해지기 때문에 굳이 비싼 재료를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락의 풍미는 여느 보드카와 완전히 다르다. 포도의 힘이 센 모양이다. 흔히 보드카를 무색, 무취, 무미하다고 한다. 시락은 무색투명하지만, 무취, 무미하지는 않다.
희미한 레몬향이 난다. 알코올과 섞인 레몬 냄새다. 보드카 특유의 짜릿함, 강렬함은 없다. 시락은 그저 살포시 혀 위에 올라온다. 제조사에서는 포도맛이 난다고 설명한다. 나는 옅은 민트향을 느낀다. 그만큼 청량하다.
시락은 목구멍의 입구에서 기화하듯 사라진다. 분명히 술이 식도를 따라 흘러내려 갈 것인데, 느낄 수가 없다. 그제서야 입이 뜨겁다. 달달하고 상큼한 피니시가 입과 코로 퍼진다.
냉동고에 두고 마셔도 좋다. 보드카는 얼지 않는다, 다만 걸쭉해질 뿐이다. 입술에서 차갑고 끈적이던 시락이 혀에 닿으면 불타오르듯 달아오른다. 이 극적인 대비가 쾌감을 준다.
나는 앱솔루트 보드카 등급의 보급형 보드카는 토닉워터에 타 먹는다. ‘보드카 토닉’이다. 나는 술 1대 토닉워터 3의 비율로 마셨다. 궁금해서 시락으로도 만들어봤다. 둘의 향이 어우러지지 않고 따로 놀았다. 별로였다.
보드카 토닉을 즐겨 마셨었다. 프리미엄 보드카로 만든 보드카 토닉은 마셔본 일이 없다. 토닉워터 3대 보드카 1의 비율로 보드카 토닉을 만들었다. 토닉워터 맛만 났다. 1대1로 섞었다. 술맛이 너무 셌다. 토닉워터 2대 보드카 1이 그나마 먹을 만했다. 토닉워터와 시락의 향이 섞였는데,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탄산수와도, 오렌지 주스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시락은 스트레이트로 상온에 두었다가 드시든지, 냉동고에 두었다가 드시기를 추천한다. 375㎖에 약 3만원. 700㎖짜리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