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박근혜와 함께한 토요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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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로서 내가 본 촛불집회의 몇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다. 최대한 자료에 의존할 것이나, 기억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탄핵 전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쓴다.



이성을 잃다


2017년 2월 25일, 그것은 최후의 발악이 아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임박하면서 이른바 애국세력의 과격성은 그 정도를 더해갔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 맞물린 주말이어서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합니다”는 괴문자가 나돌았다. 경찰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테러하겠다는 첩보를 입수, 경호 인력을 투입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 태극기가 지켜드리겠습니다’라는 기치의 14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정광용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연단에서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 흘릴 것”이라면서 “문재인이 혁명을 말했는데 우린 혁명 넘어서는 참극 일으킬 거다. 우리가 정의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에 언론이 대통령에게 재갈을 물리고 난도질했다. 탄핵은 애당초 말이 안 된다. 야당이 집권하려는 야욕으로 벌인 일”이라고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촛불과 태극기 사이에서 눈치 보느라 탄핵 인용도 기각도 못할 것인데 고민말고 각하하라.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책임을 지고 해산하라”고 말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태극기 집회 본무대 주위에서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 2ℓ짜리 2통을 휴대하고 있던 60대 남성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그 액체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탄기국 측은 집회 참가자가 30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300만명, 턱도 없는 소리였다. 우리 회사 데스크는 태극기집회에 ‘극우’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 저런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세력이 극우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당장 물러나라


오후 6시에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라는 제목으로 17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낮 최고 기온 8도의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많은 시민이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서울에만 100만명이 참가했고, 전국 107만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조기탄핵 특검연장’, ‘박근혜 즉각 퇴진’ 등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단에 올라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의 주범은 아직도 청와대에 눌러앉아 버티고 있다. 파렴치한 중범죄자가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후 8시 주최 측은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빨간색 종이를 대고 촛불을 켜는 ‘레드카드(퇴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서울정부종합청사 건물 외벽에 초록색 레이저 광선으로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 등 메시지를 쏘기도 했다.

청와대, 헌재, SK 등 재벌사옥 등 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로 행진한 시민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특검을 연장하라”, “부역자를 처벌하라. 황교안이 박근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 앞에서는 ‘하야가’를 불렀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그때 나는 좀 지쳤던 것 같다. 그때 이날로 13번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A씨를 만났다. 그는 “탄핵은 분명 인용될 것이다. 안 되면 나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지친 나는 부끄러웠다.

B씨는 “나라의 혼란이 극에 달해서 민중이 집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빨리 탄핵이 인용돼 사회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면서 “인용이 돼도 혼란이 지속될 거 같아 걱정이지만, 정의롭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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