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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Eon-Soo
@mar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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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爐冬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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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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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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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맞선다고 할 때, 맞서는 그 대상을 일러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전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우리의 의지가 맞서는 그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의지 자체가 운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끊임없이 남빛의 바다를 하얀 물보라로 바꾸는 뱃길 주변에서는 아무리 해도 당장 대양의 권태로운 푸른빛이 보이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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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야, 범어야
대웅전, 관음전 아무리 우람해도 맨날 그것만 보고는 못 산다. 오래된 당간지주로 비껴보기도 하고 지붕 용마루만 쳐다보다가 오기도 한다. 큰길보다는 사람 발길 귀한 샛길을 찾아들기도 하는 가깝고도 먼, 바라는 게 있을 때는 사찰, 하산길에는 산사, 목마를 때는 절집, 범어사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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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빨려들다.
노을에 빨려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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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룻밤새 지난 포한은 다 잊고 어찌 이토록 천연덕스럽게 구는지, 사는 일도 그렇게 하라고 어깨 한 번 툭 치고 제 갈 길 가는 저 구름 나그네가 얄밉기 그지없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애닲지 않은 게 없다. '마지막 보이스카웃'이 그랬고 '마지막 크리스마스'가 그랬다.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비지아가 들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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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선전포고
가을의 노르망디상륙작전이 성공했나보다. 그 무도하던 여름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후방 본진이 오기까지 버틸는지 몰라도 오늘밤은 낮은 양철 지붕에도 해방기가 펄럭인다. 갓 피어난 백일홍이 억울하다 읍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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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비가 온다야. 여름 내내 덥다고 퍼질러 논 사람 겁나라고 삿대질 같은 비가 온다야. 5대0으로 지고 나오는데 쏟아지는 야유 같은 비가 온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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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국을 만들며
불 하나 지피지 않고 오로지 손맛으로만 끓여내는 저 오이냉국 맑은 물 길어오는 정성이 반이요 깊이 우러나는 시간이 반이라 송로버섯, 캐비아, 삭스핀 잡쉈다는 저 고관대작 안 부럽네 남의 살, 남의 피, 남의 손으로 만든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뚫고 나올 곳은 똥구멍만이 아닐 테니 어혈이 지고 눈이 멀고 귀 먹을 날 멀잖았다 금준미주 천인혈이 금준미주 천인검{金樽美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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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혹은 도피
29도 부산을 떠나 39도 전주로 간다. 폭염 따위가 뭔 대수겠나. 꽃이 시들어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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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焚香)
전지가위로 툭툭 잘라온 로즈마리가 죽었다 가지만 꺾어 꽂아만 둬도 잘 자란다던 그이가 밉다 꺾이고 나서 다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비굴한 일인지 산 입에 풀칠하는 일이 얼마나 비루한 일인지 그때는 왜 몰랐나 바다의 이슬* 로즈마리가 죽어 비가 되어 내린다 채 따라나서지 못한 향이 분향실의 흐느낌을 닮았다 *바다의 이슬 : 로즈마리의 어원인 라틴어 Ros Marinus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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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아일랜드
뾰족한 모서리에 서있는 느낌, 이라는 문장이 와닿는 계절, 전지적 작가는 섬에 가서 부적을 태우고 오라는 처방을 내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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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
선암매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러 오라는 전갈은 없었다 나 들으라고 전한 소식도 아닌데 마음이 달뜨자 채 피다 만 버들가지가 손사래를 쳤다 오라 하지 않았는데 가는 것도 업이요 오지 마라 한다고 가지 않는 것도 업이라 들었는데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생의 절반쯤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고집멸도(苦集滅道)에 속한다고 뒷산 꼭대기는 오르지도 못하고 중턱 너덜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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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저니
우연히 들른 기장 힐튼 그리고 아난티 코브, 여기 묵을 일은 모르겠다만 서점 이터널 저니는 종종 찾을 듯하다. 거의 모든 곳이 뷰포인트라 아무 데도 찍지 못했다. 호텔과 리조트 전체 전경도 드론뷰가 아니면 살피기 힘든 구조다. 그게 컨셉이라니 어쩌겠나. 그래도 갈맷길 코스를 막지 않아 다행이다. 돈 앞에 무기력한 개인은 그나마 감사할 뿐이다. 갈수록 ㄴㅏ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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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그 쓸쓸하고 유쾌한 청춘 이야기
선미는 지은탁이 그대로 커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은교를 기대한 건 잘못이었지만 은교를 닮은 미경이 있어 다행이었고 학수는 딱 얌마 도완득이 커서 랩퍼가 된 듯했다. 말괄양이 '써니'들은 커서 결국 조연 밖에 못 됐다. 부안이든 변산이든 어찌된 게 제대로 된 악당 하나가 없으니 이준익 감독이 보는 세상이 참 편해졌다. 그 광기 어리면서도 깊은 연민을 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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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더 앤티크
재주 많은 친구가 카페 겸 공방을 열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넵킨 한 장까지 다 직접 디자인 하고 만들었단다. 그뿐 아니라 찻잔 하나 소품 하나 다 유럽에서 공수해와 작은 공간에 허투루 볼 만한 곳 하나가 없었다. 유럽식 홍차 전문이면서 커스텀 운동화도 만들고 앤틱 의류도 판매한다. 오픈 소식은 이전에 들었는데 게으른 친구가 이제사 가서 에프터눈 티를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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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신적자의 혼인가
바람은 소리로만 맴돌고 빛은 닿지 않는 손처럼 멀었다. 가까이 가면 둥글고 부드럽다가 멀리서 보면 뾰족하고 날카로워 베일까 두려웠다. 하늘을 지향하면서도 지양하는 저 대숲의 넋은 난신적자의 혼인가 벌레 물린 자리가 유난히도 가렵고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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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한 번 보고 별 생각을 다한다.
물은 보통 끓여먹는데 비상시를 대비해 생수를 사두곤 한다. 그런데 물값이 왜 그렇게 격차가 심한지 모르겠다. 1.5리터 여섯개들이가 2,500원짜리부터 10,000원대까지 있더라. 삼다수 좋은 거야 알겠는데 나머지는 뭔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맨날 제일 싼 거 사다가 오늘은 5,250원 하는 백산수를 사봤다. SBS '물은 생명이다'라는 캠페인을 가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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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산다는 그 잔인하고 숭고한
먹고산다는 말은 띄어쓰지 않는다. '먹고살다'로 하나의 단어로 쓴다. 먹는다는 건 곧 살아있다는 뜻이기 때문이겠지만 어쩌면 먹는다는 건 삻의 부차적인 수단이 아니라 삶의 본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는 일이 더이상 추하거나 어리석은 소인배의 짓이 아니다. 고래 먹고 개 먹는 일도 악하거나 비난받을 일 아니다. 다만 과하지는 말자. 오징어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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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학생부군신위
아버지 7주기, 어머니 몸이 안 좋아 처음으로 제수를 업체에 주문했다. 향에 초, 술에 상깔개 한지까지 왔다. 어머니도 마음에 드시는지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신다. 그래도 가만 있지는 못하고 부추전 부치신다. 동생네들 오면 주서먹을 게 없다면서.. 정성을 따지자면야 한도 끝도 없는 게 귀신 대접하는 일이다. 산 사람 마음 편차고 하는 일, 귀신이 있다 한들 못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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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되다.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들였다. 견디다 못해 삐삐를 샀고 견디다 못해 휴대폰을 장만했고 견디다 못해 보험을 들었다. 이러다 견디다 못해 악당이 된다 한들 거리낌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언젠가 나는 아무 것도 견딘 게 없는 사람이 되고 나면 그제서야 누운 풀잎처럼 편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신은 나를 만들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신은 나를 용서할지 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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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단상
세상은 멀리서 보면 무섭도록 견고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허술하기가 이를데 없다. 만리장성을 쌓아도 진나라는 하루아침에 망하더라. 전화 받느라 내릴 역을 지나쳤다. 멀티 테스킹은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다. 을이 자존감이 있어야 갑도 품격이 생긴다. 먹고 산다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스스로 비하하는 을도 갑질의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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