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mara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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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y

선암매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러 오라는 전갈은 없었다
나 들으라고 전한 소식도 아닌데 마음이 달뜨자
채 피다 만 버들가지가 손사래를 쳤다

오라 하지 않았는데 가는 것도 업이요
오지 마라 한다고 가지 않는 것도 업이라 들었는데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생의 절반쯤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고집멸도(苦集滅道)에 속한다고

뒷산 꼭대기는 오르지도 못하고
중턱 너덜길에 주저앉아
뻐끔뻐끔 헛담배질만 일삼는다

조계산 천년 고찰 선암사에
선암매가 피었다면
구월산 일엽편주 부곡암에는
무슨 꽃이 피어서 봄을 맞을까

떨어진 꽃잎만 봐도
까마귀떼 날아드는 풍장이 떠오르는 세월
나도 까악까악- 임자없는 전갈을 띄운다
이제 구백오십년만 견디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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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