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한 번 보고 별 생각을 다한다.

mara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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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은 보통 끓여먹는데 비상시를 대비해 생수를 사두곤 한다. 그런데 물값이 왜 그렇게 격차가 심한지 모르겠다. 1.5리터 여섯개들이가 2,500원짜리부터 10,000원대까지 있더라. 삼다수 좋은 거야 알겠는데 나머지는 뭔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맨날 제일 싼 거 사다가 오늘은 5,250원 하는 백산수를 사봤다. SBS '물은 생명이다'라는 캠페인을 가장한 광고 덕분인지 가장 잘 팔린단다. 그 전에 사던 제일 싼 물은 내 고향 산청 물인데 얼마나 다른지 비교체험을 해봐야겠다. 물 쓰듯이 쓴다는 말이 이제는 안 통하는 시대다.

  2. 계란 한 판은 서른 개다. 그걸 뻔히 알면서 하나 둘 셋 세면서 냉장고에 넣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무엇이든 세는 버릇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가끔 내 나이를 까먹기도 한다. 그래서 애매하면 그냥 69년생이라 답하기도 한다. 계란 한 판 나이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다. 그나저나 69년도에 달에 갔던 일은 음모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더라. 하긴 우리가 세상에 난 것도 음모라면 음모겠다. 신의 음모가 참 요상타.

  3. 부추 한 단에 천원이고 양파 한 소쿠리가 이천원이다. 느타리도 한 팩에 육백원이다. 참 헐타. 키우고 가꾸는 손길도 그만큼 헐하니까 그럴 것이다. 식재료 가격은 저렴한 게 옳다. 대신 그건 시장논리가 아니라 생명논리로 가능케 하자. 대중버스도 준공영제 하는 시대다. 농사라고 그렇게 하지 말란 법 없다.

  4. 최근 들어 장에 좋다는 요구르트 음료를 꼬박꼬박 사먹는다. 계산적으로는 분명 정기적으로 시켜먹는 게 싸고 편한데 그냥 장보면서 사고 있다. 월에 얼마씩 꼬박꼬박 내는 일이 두렵기도 하거니와 신경쓰는 일도 힘들고 내키지 않을 때 끊는 일도 어렵기 때문이다. 월부나 할부는 가능한 하지 않겠다는 오래된 다짐 때문이기도 한데, 대학 1학년 때 얼떨결에 산 영어회화 테이프 세트는 일주일도 안돼 돌려줬는데도 20년도 넘게 애를 먹이더라. 내용증명으로 돌려보내지 못 한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사업가는 몰라도 장사치는 인간같지 않더라. 그런데 살면서 사업가는 별로 못 봤고 장사치는 참 많이도 만났다. 후진 자본주의의 속성이라 여기기로 했다.

  5. 작은 살림에 장 한 번 보면서 별 생각을 다한다. 이것도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