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컴퓨터로 제일 먼저 했던 작업은 병동 컨퍼런스 발표 준비였습니다.
그 자료를 준비하려고, 한글 사용하기를 익혔고.
그러면서 pc 통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컨퍼런스는 시작일 뿐이고, 천리안으로 '띠!띠!삐~~~~' 뭔 소린지 아시겠죠. 전화요금 펑펑 올라가는 소리.
당시 컴퓨터를 잘하는 레지던트 1년 차가 있었는데, 컨퍼런스 자료 워드 정리를 해주겠다고 해놓고서는, 어디론가 나르는 바람에 엄청나게 투덜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그 레지던트에게 기대였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 대한 확신, 즉 워드 사용을 잘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기대었고 실망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컴퓨터를 나는 간호사들의 모임인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하였습니다.
2000년부터 커뮤니티 활동을 했으니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나의 또 다른 컴퓨터 사용은 메모하기입니다. 메모들이 너무 많이 흩어져 있어, 그 메모를 다시 모으는 게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됩니다. 한 번씩 보면 재미있고 내가 그랬느냐며 웃고 생각하고 합니다. 이리저리 이산가족이 된 메모들을 보면서 잘 정리해야지 하고는 또 이리로 저리로 폴더만 늘어납니다. 저희 엄마 말씀이, 저는 있으면 있는 대로 널어놓는 스타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 경우를 보면 컴퓨터 정리나 집 정리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제는 컴퓨터를 뒤적거리다, 언제인지 모르는 메모를 보았습니다. 언제인지 영화를 보고 작성했고 이미지로 저장한 메모였습니다.
영화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영화 장면은 기억에 남는데. 영화 제목은 awakening인가 봅니다.
메모 를 보면서, 낯선 환경, 익숙하지 않음은 아주 사소한 것도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저와 지금 만나는 학생님들도 그럴 거 같습니다.
조금 다른 교수님 그리고 스팀잇이라는 환경!
오늘 책상에서 일하다, 20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을 찌를 듯한 열정을 가지고 뛰어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제 기억에는 전혀 없는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20년 전에 나를 모른 척 하지 않았다면, 20년 전에 내 말을 들었더라면......"
이 말에, 그때 들었어야 했는데 안 들리고, 들려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그랬을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알아들어서 다행이라고 여기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들 기회가 지나가면, 비슷한 말을 하죠. 왜 그때 한 번 더 이야기해 주지 않았느냐고. 사실은 여러 번 말을 했는데 안 들리는 거죠. 못 듣는 거구요.
영화 속에서 처음에는 크게 들렸던 소리가 나중에는 안 들렸다는 메모를 보고, 20년 전 제 모습을 기억하는 제 친구와 최근 나눈 대화를 떠올립니다. 저는 이번에는 안 놓치리라며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예전만 못합니다. 세상 아이러니합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나도 스팀잇 기반의 간호대동아리 일상간호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해야 한다.
간호 현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조그만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얘들아. 이곳이 너희가 사는 곳이니까 말이다. [마가렛 생거]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변화의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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