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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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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엉뚱한 노련함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아얏"하는 소리가 들렸다. 찻집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아까 화장실 다녀오면서 봤을 때도 졸고 있었는데, 떨구어진 머리를 놀라서 급하게 쳐들다가 어디에 부딪힌 모양이다. 하마터면 고개를 곧바로 그쪽으로 돌릴 뻔했다. 그랬으면 웃음을 못 참았을 것이다. 아프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쳐다보지 않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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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공적(公敵)
"요 앞에 내려주세요." 이 말에 택시가 바로 그 자리에서 멈출 줄은 몰랐다. 교차로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었다. 우회전 하려는 차랑 정차하려는 버스가 한꺼번에 경적을 울려댔다. 카드로 택시비 결제하고, 비까지 와서 우산 쓰느라 빨리 내리지도 못했다. 공적(公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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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소인(小人)?
책을 읽는데, 小人, 大人, 君子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어떤 사람을 소인(小人)이라고 하는지 물으면 딱 부러지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자주 보는 저 사람이 小人이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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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기분만이라도
친구들은 모두 여름휴가 여행을 떠났다. 심야에 여행지 호텔 로비 소파에 혼자 앉아 조용히 책 펼치는 것을 꿈꾼다. 일요일 동네 도서관 가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책을 펼쳤다. 기분만이라도? 그렇게 되질 않았다. 사실 그 호텔 로비에서 진짜로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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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도서관 열람실 자리의 미래
도서관 열람실 자리의 앞쪽 칸막이에 갑자기 붉은색 배경의 글자들이 나타났다. "오늘은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봅니다. 계속 졸고 계시네요. 이럴 때는 댁에 가셔서 편하게 쉬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좌석 대기자도 많고요. 5분 후에 자동 퇴실 됩니다. 자리 양보하시길 바랍니다. - 인공지능 좌석 관리 시스템 - " 조만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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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망가진 우산
우산살을 천 덮개에 고정했던 우산 끝부분의 실이 또 끊어졌다. 사실 이거 하나 끊어졌다고 해서, 비를 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대로 들고 다니지는 못한다, 너무 없어보여서. 그런데 이건 왜 이렇게 잘 끊어지는 것일까? 내가 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일까? 우산 팔릴 만한 가격으로 안 끊어지게 만들 방법이 없는 것일까? 너무 튼튼하게 만들면 우산 장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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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어떤 복수
"네가 아주 돈독이 단단히 올랐구나! 어떻게 그 약을 원수한테 팔려고 해? 그걸 그놈 손에 안 들어가게 하는 것이 그나마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네가 어찌 그럴 수 있어?" "아주 비싸게 불렀습니다." "돈이 썩어 넘치는 놈이야." "비싸게 부르지 않으면 의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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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왜 그냥?
어떻게 한 판을 이길 수가 없다. 많이 지는 것도 아니다. 꼭 몇 집 차이로 진다. 스마트폰 바둑 게임 얘기다. 심지어 이제는 이런 생각마저 든다. 쟤가 말하는 경기 결과를 그냥 믿어도 될까? 직접 집 수를 세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실제로는 내가 많이 졌거나 이겼는데, 약 오르게끔 살짝 졌다고 거짓말하는 것은 아닐까? 왜 그냥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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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어떤 착각
"OO대학교로 가실 손님께서는 이번 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객차 안에 수다를 떨던 한 무리의 고등학생이 있었지만, 이 방송을 듣고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OO대학교 요즘 인기가 없나? 왜 아무도 안 내리지?' 착각이었다. 수험생 부모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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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아메리카노
와우! 이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샀는데, 컵 높이가 한 뼘이나 되었다. 이걸 어떻게 다 마시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모금 마시고는 횡재라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런 커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너무 싱거웠다. 다음에는 물을 좀 적게 넣어달라고 해야겠다. 정말 이걸 어떻게 다 마시나. 많이 뜨겁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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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불길한 예감
많이 읽지도 않기에 한 권 다 읽으면 뿌듯함을 즐기려고 다이어리에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을 적는다. 당연히 올해 몇 번째 읽은 책인지 일련번호도 달아둔다. 반납기일에 쫓겨 어젯밤 간신히 읽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려다, 다이어리에 실적을 기록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메모지를 찾다가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책 표지를 찍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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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저런 방법이!
어제도 그제도 보았는데, 오늘에서야 관심이 갔다. 자전거 잠금장치가 울타리에 자전거도 없이 홀로 매여 있다. 어쩌다 자전거 타러 나가면, 거추장스럽더라도 잠금장치 안 들고 나갈 수가 없다. 저런 방법이 있었다. 나만 몰랐을까? 자주 가는 곳에 잠금장치를 파견 보낼 생각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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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지기 싫다
좁은 골목길을 걷는데 앞에서 한 어르신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내게는 너무 '천천히'였다. 길이 많이 좁기는 했지만, 그래도 옆으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걷는 속도를 높였다. 그때 그 어르신이 다가가는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걷는 속도를 높였다. 어르신 무리하게 되는 것 아닐까? 속도를 다시 줄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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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어쩌면 #2
오른쪽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검정색 외제 승용차가 내가 탄 버스 앞을 가로로 가로막았다. 길게 늘어전 좌회전 차선에 끼어들겠다는 뜻으로. 나도 황당한데, 버스 기사가 가만히 있겠는가? 경적을 울렸다. 한참 만에 그 차가 핸들을 꺾어 직진 차선으로 움직였다. 문득 그 차가 버스 경적 소리 때문에 움직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소리에 신경 쓸 정도면 애당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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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세상이 나를
아파트 현관 쪽으로 가니, 한 아줌마가 비밀번호를 누르다 말고 뒤로 물러났다. 내가 비밀번호 엿볼 만큼 가까이 간 것도 아닌데 왜? 결국 내가 비번 눌렀고, 그 아줌마가 내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러고 싶었던 것일까? 집에 와서 그 얘기를 하니, 그게 아니라고 한다. 세상이 흉흉해서 그랬을 거라고 한다. 나를 어떻게 보고? 세상이 나를 더 기분 나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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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감동
마을버스 타러 가는데, 누군가 비닐 봉투 하나를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 들고 안을 들여다보니, 생수 한 병이 담겨 있었다. 교회 나오라는 것이었다. 기계적으로 감사 인사를 건네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도 더웠다. 무심코 생수 병을 땄는데, 딱 반쯤 얼린 생수였다. 감동이었다. 그 감동이 대단한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단한 정성에 의한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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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어떤 자유
찻집에서 가방을 열고 노트북을 꺼냈는데, 어댑터가 없었다. 집에 두고 나온 것이다. 사실 대개 충전 완료된 상태로 나와서, 어댑터가 필요 없다. 그런데도 찻집에서 노트북 꺼낼 때면, 늘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앉으려던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편안한 자리로 옮겼다. 오늘은 충전할 수가 없으니, 어느 자리라도 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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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순서
찻집 매장에 아무도 없다. 내가 매장을 찾은 첫 손님이 분명한데, 다른 주문 처리 중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내 뒤에 나타난 손님이 커피를 먼저 받아갔다. 핸드폰으로 먼저 주문한 것이다. 주문 순서가 우선일 터니, 뭐라 말할 수도 없다. 앉기는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조만간 자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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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소중한 책
한 어르신이 버스에 올랐다.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겨워 보였고, 당연히 제일 가까이 앉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했다. 자리에 앉은 그 어르신이 종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분홍색 보자기에 싼 책이었다. 보자기에 싸인 책이라! 요즘 세상에 절대 무공 비급 같은 것이 있을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허리 통증 완화에 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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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이젠 나도
"야, 정신없다! 하나만 보자." 예전에 친구가 TV를 보면서 이 채널 저 채널을 왔다 갔다 하길래 했던 말이다. 지금, 리모컨의 '이전 채널' 버튼을 눌러가며 두 오락 프로그램 사이를 오가고 있다. 나의 멀티태스킹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요즘 프로그램들이 그렇게 봐도 되도록 제작된 것일까? 아니면 여기서도 찾을 만큼 '효율'에 중독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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