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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은 항상 빛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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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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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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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22:15
[시] 토란국 / 안해원
토란국 / 안해원 새까만 어머니 손은 껍질을 벗기고 하얗게 쓰다듬어 다소곳이 마음에 담아 끓이셨다 주무시기를 기다렸다가 가마솥 뚜껑을 열어 새알 같은 어머니 눈치를 몰래 먹었더니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토란국을 먹지 않아도 어머니만 보면 목구멍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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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6 23:13
[시] 어머니, 바람부는 날에는 / 안해원
어머니, 바람부는 날에는 / 안해원 하얀 수건 똬리 틀어 머리 위에 올리시고 늙은 호박 대야에 담아 폿폿이 일어서며 어린 아들 불러서 사립문을 나설 때에 바람은 왜 그리도 불어 대던지 고막 손 한 손에 살포시 잡으시며 호박 팔아 새 운동화 사주겠다고 십여 리 걸어서 나가시던 어머니 흙먼지는 왜 그리도 날리던지 시장구석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가는 사람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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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6 11:58
[시] 민들레 / 안해원
민들레 / 안해원 하얀 속삭임 거짓말 못하고 울먹이는 꼬마아이 눈망울 우두커니 쳐다보면 바람타고 하늘로 날아가 소담한 미소만 남는다 꺽어다 화병에 꽂으려면 헤어진 주머니 속 유리구슬 우르르 쏟아내는 어린 시절 아름다운 투명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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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5 16:03
[시] 폐허 위의 창조자 / 안해원
폐허 위의 창조자 / 안해원 굴착기가 빌딩을 해체하고 있다 조그마한 기계 손이 거대한 과거를 분해한다 상승과 하강 좌우 회전의 반작용에 튕겨 나간 지식이 기하학의 선과 모서리를 무형의 곡선으로 만들다가 담 밑 구부러진 철근 더미에 걸려 나풀거린다 한 때의 영화는 쓰러져 분자의 군무가 되어 사라지고 과학과 산술이 무너진 자리에 여백이 찾아든다 잉잉거리는 소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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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5 00:02
[시] 개망초 / 안해원
개망초 / 안해원 개망초는 꽃이 아니다 밤하늘 달빛이 구름 속에 잠들면 온 들판을 별빛으로 무리지어 다니는 반딧불이다가 모두가 잠 들어 있는 틈을 타서 빠끔히 문열고 나와 모여 다니며 들판을 쥐불놀이로 환하게 밝히는 개구쟁이 아이들 깡통 속의 불꽃이다 개망초는 꽃이 아니다 지나가는 나그네 말벗인 척 하다가 돌아서는 뒷걸음에 날름 달라붙어서 시골동네 웅덩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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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22:33
[시] 달님 / 안해원
달님 / 안해원 가슴에 휘엉청 모습 떠올라 밤새 목구멍에 걸리어 나오지 않는다 희미한 기억으로 아쉬움 남는듯 뜨겁게 응고되어 아리게 하는 임 지금 머무는 곳은 가장 깊은 곳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그리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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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3 00:11
[시] 붕어빵 / 안해원
붕어빵 / 안해원 생김새가 같더라도 신중 해야할 것은 속이 꽉 찬 녀석도 있고 텅 빈 녀석도 있다 뜨겁게 달구어져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차갑게 식어져 먹고 난 후 가슴을 섬짓하게 하는 녀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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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11:27
[시] 모래성 / 안해원
모래성 / 안해원 파도가 지울 수 없는 꿈 보석같은 알갱이 모아 화려한 정원도 군병도 없을 모나지 않은 부드러운 경계로 작은 소망을 쌓는다 머물고 싶다 이제는 정처없이 떠다니는 망망한 바다의 흔들림이 아닌 소박한 꿈을 가진 모래성의 성주가 되어 만조灣潮의 물살로 사그라질 꿈 일지라도 무너져 내리면 아이의 작은 손길처럼 순수한 도닥거림의 여유로 새로운 꿈을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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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1 05:52
[시] 산불 / 안해원
산불 / 안해원 어스름한 산밑에 벌건 눈동자가 껌벅거리며 소나무 숲을 휘감고 꿈틀거린다 쇄골이 드러난 노송의 뿌리를 발톱으로 움켜쥔 채 콧구멍에서 연신 구름을 내뿜으며 승천의 기를 돋울 때마다 시커먼 뿔은 기세 좋게 나무들을 꺾어내 제단을 만들고 날름거리는 혀는 풀숲의 생명을 휘감아 제물로 삼는다 등에 업은 바람의 곡면에 날개를 얹고 등성이를 타고 올라 비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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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30 10:57
[시] 파노라마 미술관을 가다 / 안해원
파노라마 미술관을 가다 / 안해원 (북한강 야경을 관람하다) 캄캄한 밤, 미술관에 가보세요 액자에 갇힌 그림들이 벽에 걸려 신음하는 곳 말고요 조명들이 종일 충혈된 눈으로 한 곳만 응시하는 곳 말고요 연인의 손을 잡고 바람과 동행하며 달빛의 정원을 지나 갈대 사이 끝없이 펼쳐진 화폭의 여백이 자유로운 곳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이 넘실대며 여울지는 수채화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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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8 10:59
[시] 조약돌 / 안해원
조약돌 / 안해원 아프지만 참을 수 있는 건 함께 하는 아름다움 때문이예요 둘러보면 누구 하나 모난 사람없는 둥그런 세상의 둥근 모양이 되어 살아가는 조약돌로 색깔은 다르지만 결국엔 한 모양으로 함께 있잖아요 가진 것 없고 크기가 다르면 어떤가요 작은 돌은 작게 큰 돌은 크게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일뿐 우리에게 자랑할게 뭐가 있겠어요 물살에 패이고 부딪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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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21:21
[시] 그리움이란 / 안해원
그리움이란 / 안해원 그리움이란 흩어진 시간의 퍼즐을 맞추는 일이다 서로 다른 마음의 끝이 맞닿아 애써 기억해내지 않아도 선명하게 그려지는 외딴집이다 그곳에서 하염없이 손을 흔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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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4 23:01
[시] 레나토 / 안해원
레나토 / 안해원 사람이 가고 사람이 온다 시간이 가고 시간이 온다 생각이 지워지고 생각이 돋는다 모든 것은 가고 또 오는 것 내가 있던 자리는 꺼져가고 네가 있던 자리는 탐스럽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부유물이 유영한다 흘러가다 머무르는 곳을 탐닉한다 진한 현기증에 지성은 묽다 시간은 가고 시간이 온다 사람은 가고 사람이 온다 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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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3 12:50
[시] 목련 / 안해원
목련 / 안해원 날개 있는 새들이라 모두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날 수 없다 하여 새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는 둥지도 없이 냉해의 가지에 산란하고 흔한 낙엽이나 지푸라기 하나 덮지 않고 부화한다 깨어난 순간부터 하얀 날개를 가지런히 펼치고서 깃털 사이에 양풍陽風을 품고 노란 부리로 다듬어가며 차갑게 식었던 달빛을 토렴하여 햇빛으로 내어놓는다 얼마나 그 영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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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11:57
[시] 남이섬 / 안해원
남이섬 / 안해원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거닐다가 멈춰선 듯 지나가는 듯 구름처럼 가벼이 떠나라 기댈 언덕도 누릴 들판도 없이 낮은 곳에선 수심이 깊어 오히려 고요히 잠기는 법이다 바람의 가늣한 옷깃이 되어 난출거리던 풀잎들 사이에서 목을 빼고 발꿈치를 들어 산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길목에선 강물이 속삭이는 소문에 귀 기울이다가 허리가 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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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3:37
[시] 산을 훔쳐보다 / 안해원
산을 훔쳐보다 / 안해원 바람이 지날 때마다 그녀의 스커트를 훔쳐본다 배꼽을 가린 구름 아래로 잘록한 허리에 아슬한 자락 둔덕을 올라탄 종풍終風이 화사한 물빛으로 넘실거리면 꽃무늬 뱀무늬 그물무늬 때때시무늬 사이에서 지워졌다가 다시 새겨지는 헤나의 흔적 보일 듯 말 듯 가린 듯 드러낸 듯 경계의 절경絕景에 내려앉은 앵글이 자꾸만 어색해지고 봄은 갈수록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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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21:38
[시] 욕심 / 안해원
욕심 / 안해원 아내는 동태를 손질하며 대가리는 무서워서 버린다고 한다 눈깔이 불빛에 희번덕거릴 때마다 시퍼런 칼날로 토막 내면서도 지느러미를 치며 몰려다니던 군무의 우아함도 뻣뻣하게 얼어붙은 팔팔 끓는 물에서 마지막 생을 펄떡이지도 못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도 제 몸 토막 내는 손가락 하나 콱 깨물지도 못할 죽은 동태가 무섭다고 한다 내리치는 시퍼런 칼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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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13:01
[시] 허주머니 / 안해원
허주머니 / 안해원 내 호주머니는 왜란을 겪고 있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의 치열한 격전지 다섯 개의 노를 연신 저어대도 맞설 수 없는 싸움 장부의 손에 든 마지막 칼이 덜컥 떨어질 때 조총의 흔적만 고요히 남는다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의 위인지학도 깃듦이 없고 신사임당의 예술혼도 세종의 치세도 누리지 못한 채 누수涙水에 침몰하려는 배 언저리 저편에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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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13:06
[시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 안해원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 안해원 그저 까닭없이 흔들리랴 삶의 순간을 붙잡은 까닭이다 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내게서 벗어나려는 몸짓이다 하늘아래 오도커니 서 있는것이 아름다움일까 허리가 굽어 부러지도록 삶을 붙들고 휘청거림이 그래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인 것이지 《작가노트》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지치고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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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07:52
[시] 지문 / 안해원
지문 / 안해원 어머니 주름 속에 잠긴 날들 층층이 쌓여 패각처럼 붙은 손톱 밑에 오래전에 바다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소리없이 뺨을 타고 가슴에 고인 물결 남모르게 닦아내었을 손가락 끝엔 온 몸을 휘감던 바다의 흔적이 딱딱한 돌기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차갑게 굳어졌던 동태의 지느러미가 갯내음에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밥상 위에 올려 진 국그릇 속에 소금 뿌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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