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 안해원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거닐다가
멈춰선 듯 지나가는 듯 구름처럼 가벼이 떠나라
기댈 언덕도 누릴 들판도 없이 낮은 곳에선
수심이 깊어 오히려 고요히 잠기는 법이다
바람의 가늣한 옷깃이 되어 난출거리던 풀잎들 사이에서
목을 빼고 발꿈치를 들어 산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길목에선
강물이 속삭이는 소문에 귀 기울이다가 허리가 굽어 버린
은행나무들의 길목에선
맞잡은 손을 무심히 놓지 말아라
산내리바람을 날개 삼아 오르락내리락 하는 청설모도
짝이 있어 외롭지 않은 곳에서
남이 되어 섬으로 남겨지면 수심만 깊어지는 것
지걱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손을 꼭 잡고 걸어라
남이 되는 섬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사랑이라도
결연히, 홀로 남겨져선 안되는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