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훔쳐보다 / 안해원
바람이 지날 때마다 그녀의 스커트를 훔쳐본다
배꼽을 가린 구름 아래로 잘록한 허리에 아슬한 자락
둔덕을 올라탄 종풍終風이 화사한 물빛으로 넘실거리면
꽃무늬 뱀무늬 그물무늬 때때시무늬 사이에서 지워졌다가
다시 새겨지는 헤나의 흔적
보일 듯 말 듯 가린 듯 드러낸 듯
경계의 절경絕景에 내려앉은 앵글이 자꾸만 어색해지고
봄은 갈수록 짧아진다
향수는 강물에 스며들어 아릿한 색채를 만들고
곡선은 가슴마다 메아리를 던지며 파동만 남기는데
플로라의 스커트를 줄도 없이 빈 하늘에 겹겹이 널어두고
먼 곳에서도 대지의 살빛을 더듬게 하는
밀당의 천재 푸른 계절이여
‘딱따기(메뚜깃과의 곤충)’의 전라도 방언
이탈리아의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작품인
《봄(프리마베라)》에 나오는 꽃을 상징하는 요정의 이름.
겨울을 상징하는 서풍 제피에게 붙잡힌 순간 여인 클로리는 꽃과 꽃잎이 만발한 드레스를 입은 플로라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