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미술관을 가다 / 안해원
(북한강 야경을 관람하다)
캄캄한 밤, 미술관에 가보세요
액자에 갇힌 그림들이 벽에 걸려 신음하는 곳 말고요
조명들이 종일 충혈된 눈으로 한 곳만 응시하는 곳 말고요
연인의 손을 잡고 바람과 동행하며 달빛의 정원을 지나
갈대 사이 끝없이 펼쳐진 화폭의 여백이 자유로운 곳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이 넘실대며 여울지는 수채화
밤하늘 별들이 새까만 물빛에 흩뿌려진 추상화
강변 마을 창문 틈 희미한 불빛까지 빠짐없이 찍어낸 점묘화
첫 키스가 부끄러운 연인을 위한 물비늘 모자이크
생동하는 천연의 빛들이 강물 위에 소리 없이 그려낸
창조의 평온한 손길이 있는 곳 말이에요
드넓은 대지를 따라 전시된 실상實相의 파노라마 안에서
밤하늘 이슬이 머리를 적시고 물안개가 마음에 젖어 들 때
입술낙관을 살며시 찍어두고
추억 속에 걸어 둘 그림 하나 비밀로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