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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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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살면서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그 학교 다니는 듯한 한 꼬맹이가 앞에서 내 뒤쪽을 향해서 소리쳤다. "야, 너 자전거도 탈 줄 알았어?" 놀람과 부러움이 얼굴에 나타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 살면서 그런 일들이 많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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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증표
찻집 창밖 바라보면서 혼자 앉는 자리는 대개 테이블이 많이 좁다. 노트북까지 올려두려니 더 그렇다. 커피는 일찌감치 다 마셨건만 빈 잔을 치울 수가 없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도 흩어진 책들 사이에다 빈 잔을 모셔두고 있다. 자릿값 냈음의 증표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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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인연
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도 내가 자신을 따라다닌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헌책방에서 몇 군데 자리를 옮겼건만, 계속해서 한 남자가 내 옆에서 책을 살피고 있다. 나이도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래서 관심사가 비슷한 것일까? 아니면 서로가 모르는 어떤 인연이라도 얽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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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두렵다
아, 여기도 그렇다. 왜 내가 찾는 찻집 화장실에는 다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일까? "수압이 약해 자주 막히니 ......"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집도 아니고 찻집에서 넘쳤다고 생각해 보라. 직원들도 여자들밖에 없는데. 수압이 약한 찻집만 기막히게 잘 찾아다니는 것일까? 커피가 문제일까? 아니면 정말로 급한 사람들만 찻집 화장실을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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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나만의 생각
12층에 산다. 1층에 나왔더니, 추웠다. 얇은 점퍼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었는데, 어제와 달랐다. 갈아입고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빨리 긴팔 셔츠로 갈아입었다. 셔츠 단추도 덜 잠그고 문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그대로 있으리라 생각했던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가 있었다. 충분히 이른 시간이어서 다른 사람은 아직 안 다닌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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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습관처럼 #2
오늘 아침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했을까? 물론 스마트폰 알람을 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래서 무엇을 했지? 오늘 살 책도 없으면서, 인터넷 서점 선착순 도서 할인 쿠폰을 다운 받았다.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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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정신없는 날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급하게 라면이라도 끓여 먹고 나갈 생각이었다. 끓는 물에 면을 투하했는데, 스프가 봉지째로 같이 들어갔다. 봉지를 집게로 건져내고 가위로 잘라 라면 스프도 넣었다. 그렇게 무사히 라면을 끓인 줄 알았다. 달걀이야 안 넣을 수도 있으니. 그런데 라면 양이 너무 적었다. 두 젓가락 먹고 나니 국물밖에 없었다. 업체 탓 실컷하고 빈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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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그놈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 대사가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분노의 일격을 가했다. 전기 모기 채에서 "타닥, 탁" 소리와 함께 누린내가 퍼졌다. 몸은 이미 여러 군데 가렵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가을 모기가 왜 더 극성인 것일까?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아침 화장실에서 느릿느릿 날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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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어떤 해방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핸드폰 스케줄러의 일정이 모두 사라졌다. 핸드폰을 리부팅해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지 않아 엄청나게 불안할 것만 같았다. 아주 약간 불안은 하다. 그런데 그보다는 갑자기 생겨난 자유에 해방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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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픽션) 귀신 보기
찻집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도서관에 반납하려고 들고나온 주역을 읽었다. "아직도 주역이야? 백 번 읽으면 귀신도 보인다면서? 그래 이제는 보여?" 놀려주고 싶었다. 친구 뒤쪽을 흘깃 한번 쳐다보고는 조금 뜸을 들인 다음에 얘기했다. "어, 아니야. 아직은 안 보여." 그러면서 한 번 더 친구 뒤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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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픽션) 쩐의 전쟁
욕 얻어먹어가며 라이벌 팀에서 돈 많이 주고 데려온 선수를 왜 출전을 안 시키느냐고 팬들이 야단이었다. 감독은 우리 팀 경기 스타일이랑 맞지 않는다고 답을 할 뿐이었다. 얼마 후 팬들의 원성이 사라졌다. 팀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영입한 그 선수는 끝까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물론 라이벌 팀도 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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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신종 데드라인
1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아니, 변덕을 부리면 갑지가 데드라인이 그보다 당겨질 수도 있다. 마음이 급하니까 일이 더 안 된다. 노트북 모니터 밝기만 계속 줄이고 있다. 이제는 글씨가 간신히 보일 정도다.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내가 자초한 데드라인이니. 가방 무겁다고 노트북 충전기를 안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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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사람은 다 다르다 #3
엘리베이터 문이 거의 다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반팔 반바지 운동복 차림의 한 남자가 아무런 표시 없이 당당하게 탔다. 그의 손에는 탁구 라켓이 들려 있었다. 그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로 한 층을 내려가 문화센터 탁구 교실이 있는 지하 1층에서 내렸다. 이왕 운동하러 왔는데, 굳이? 계단도 바로 옆에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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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방해하기 싫었다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사서 도서관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마침 근처 빵집이 이른 시간에 열려 있었고, 멀리서도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 1900원" 표지가 보였다.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 가게에서 한 아줌마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유리창을 통해서 보니 가게 안에 아무도 없었다. 가게 주인인 듯했다. 그 아줌마의 통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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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새 것처럼
만년필에 붙은 바코드 스티커가 떨어지려 했다. 조심스럽게 떼어 내어 펼친 다음, 만년필 몸통에 반듯하게 붙였다. 뭐든지 새 것처럼 완전하게 유지되면 제일 좋지 않은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 스티커 바코드 위에 ‘100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보통 네모 테두리 안에 둘러싸인 이 숫자는 정가 표시인데?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필통이 흔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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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가방 무게
문 앞에 어김없이 신문이 놓여 있었다. 오늘은 신문을 가방에 넣는 대신에 집 안으로 던졌다.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신문 무게마저 부담스러웠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열었더니, 떡하니 어제 신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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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변질
600쪽 상, 하 두 권으로 된 책을 간신히 다 읽었다. 평소처럼 다이어리 오늘 날짜 칸에 책 제목, 저자와 함께 올해에 다 읽은 책 순번을 적으려니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무려 1,200쪽인데 이것도 하나로 쳐야 하나? 어떤 책을 읽었는지 내가 나중에 보려한 것인데, 의도가 변질된 것인가? 아예 순번도 없애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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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사람은 다 다르다 #2
또 신호에 걸렸다. 꼭 이렇게 바쁜 날 더 그렇다. 다행히 보행자 신호등이 금방 깜빡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걸음을 빨리 하거나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막 횡단보도에 진입한 한 사람은 그 깜빡임을 보고도 자신의 일이 아닌 양 천천히 움직였다. 빨강으로 바뀌고 나서도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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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사모사모
"별 3535 별" 하마터면 이 소리에 크게 웃을 뻔했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아파트 비밀번호를 핸드폰으로 가르쳐주는 소리인 듯했다. 통화를 마치고는 자기 목소리가 주변에 울렸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는 듯, 주변을 재빨리 훔쳐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비밀번호를 크게 말했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3535"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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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공통분모
찻집이다. 두 남자가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졸고 있다. 저 테이블에서는 자세가 저렇게밖에 안 나오는 것일까? 다른 테이블에 앉은 걸로 봐서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닌 것 같고. 둘 사이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 것일까? 그냥 직장이 이 근처? 연휴 끝나고 첫 아침 8시, 아직 출근 시간이 1시간 남았다. 아마도 이게 답일 것이다. 평소처럼 만원 버스가 싫어서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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