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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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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구분
쉽게 설명된 교양 중국 역사책을 읽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했을 때의 기억과 달리, 어느 나라가 멸망하고 금방 다음 나라가 들어서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심지어 두 나라가 공존했던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나라 다음에 어느 나라', 그냥 딱 그렇게 무 자르 듯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 일이 대개 그렇다. 명확한 구분,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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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조만간 #2
앞에서 걷는 두 사람이 모두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있다. 걸으면서 통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곁을 지나면서 보니까 통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계속 끼고 있는 것이었다. 조만간 이어폰이 사람 귀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이런 것 만드는 공학자들은 사람들의 거부 반응 걱정 안 해도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 그것으로 어디 전화소리만 듣겠는가? 요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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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공짜 볼펜
학원가 입시 설명회를 갔더니, 설명회 자료 옆에 볼펜을 담은 통이 놓여 있었다. 필요한 사람 하나씩 집어 가라는 얘기였다. 공짜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하나 챙겼다. 어릴 때 처음 본 그 볼펜이었다. 예전에는 이것밖에 없었다. 요즘도 나오는 것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냥 나눠 주는 것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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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할인 쿠폰 #2
인터넷 쇼핑몰 두 곳을 자주 이용하는데, 둘 다 한 달에 한 번 할인 쿠폰을 준다.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앱으로 접속해서 발급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 곳은 발급받은 그날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쿠폰이 소멸된다. 반면 다른 한 곳에서는 똑같이 유효기간이 당일이나 사용 못하면 다음날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호감은 쿠폰 다시 발급받을 수 있게 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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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어떤 전화위복(轉禍爲福)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인터넷으로 샀다. 책을 펼쳐보니 이미 읽은 중편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목차도 보지 않고 책을 산 나를 탓하려다, 어차피 다른 소설들 때문에 샀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찜찜함을 잊기로 했다. 책을 읽으며 그 중편 소설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으니 더 좋았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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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어떤 대화 #20
"웬 물리책?" "그냥. 잠시 살고 가는 세상이지만, 어떤 세상인지는 알고 가고 싶어서." "오호, 근데 그게 맞는다는 보장도 없을걸." "맞아. 새로운 이론이 나와서 다 뒤집어 놓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책 많이 읽으면 좀 달라지는 것 같아?" "책 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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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돌아갈 수 없는 곳
인도에서 한 꼬마가 엄마 손을 꼭 잡고 무엇인가에 푹 빠져서 보고 있다.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인한 흥분이 얼굴 가득했다. 자동차 매장 앞이었다. 승용차 3대를 실은 커다란 자동차가 멈추어서 승용차를 내리는 중이었다. 그림책에서만 봤던 것을 실제로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동차 그림책에도 없었던 자동차이기 때문일까? 급기야 이제는 엄마를 끌고 더 가까이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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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징조
수능 시험도 아닌데, 바늘 손목시계를 가져 오라고 한다. 적응을 위해 며칠 째 차고 다니는데, 핸드폰 때문에 떼놓고 다닌 지 오래라 좀처럼 다시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일이 시험인데, 오늘 아침에 이 시계가 멈추었다. 배터리가 다 된 듯하다. 불길한 징조일까? 내일 시험장에서 멈추지 않고 미리 이렇게 된 것이 하늘이 돕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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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그 자리의 장점
자주 찾는 도서관 열람실이 꼭대기 층에 있다. 건물 외관을 멋있게 하려고 한쪽 면을 비스듬하게 깎아 낸 탓에, 열람실 한쪽 벽도 경사가 심하다. 그 벽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는 앉은키 큰 사람은 못 앉을 것 같았다. 내 키로는 머리 닿을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거기에 앉으면 답답할 것 같아 피한다. 자리가 없지 않고서야 누가 거기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누군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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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어떤 우산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우산 색깔이 특이했다. 그냥 은색이었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보니, 보통 우산 안쪽에다 하는 은색 방수 코팅이 바깥쪽에 되어 있었다. 우산 안쪽에는 멋진 무늬가 찍혀 있었다. 멋진 그 무늬를 우산 쓴 내가 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굳이 남들에게만 보여 줄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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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다를 수 있다
"OO대학교 가시는 손님은 이번 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지하철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뭔가 어색했다. 정확하게 얘기했는데 왜?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 동네랑 달랐다. "이번 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였던 것 같다.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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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텍스트 에디터
"요즘도 그런 에디터 쓰는 사람이 있나 했었는데, 여기 있네." "아, 이거? 레트로 감성이라고 우기고 있지." "불편하지 않아?" "최신 프로그램 쓰니까 글이 진도가 안 나가서. 내 탓이긴 한데, 글자 크기나 문단 모양에 신경 쓰고 있더라고. 그래서 최대한 단순한 것으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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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누구누구
요즘은 신문 읽으면서 '부음'란에도 눈이 간다. 누가 이걸 읽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의 죽음이기에 신문에도 실리나 알고 싶어서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 추측하기도 했었다. 문득 망자보다 그 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배우자나 자식들의 이름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개 별세 누구누구의 부친상"에서 '아무개'보다 '누구누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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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요즘 사는 모습 #8
머리가 많이 길어 덥수룩하다. 이렇게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자르면 딱 좋은데. 게다가 자주 가는 미용실이 이 찻집의 바로 옆 옆 가게다. 그런데 아침 시간에 문을 열었을까? 무턱대고 찻집 나섰다가 미용실 문 닫혀 있으면, 어디 가서 기다릴 데도 없다. 다시 찻집 갈 수밖에 없다. 찻값!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간신히 찾은 홈페이지에서 일찍부터 영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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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나이 든다는 것 #9
며칠 전부터 신문을 집에서 들고 나와 커피 가게에서 보기 시작했다. 안 보고 넘어가는 날이 많아져서, 조금 무겁더라도 가방 안에 넣는다. 처음 펼칠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약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커피 가게에서 종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 나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신문 읽어서가 아니라, 그런 것도 나이 탓인가 따지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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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엉뚱한 결론
헌책방 가서 책을 많이 사고 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자꾸 산다. 집이 비좁아서 더 둘 데도 없는데 말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절판 도서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것이 주된 이유가 아님을 오늘 아침에 문득 깨달았다. 커피 값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마시는 커피 한두 잔 값이면, 한 권 살 수 있다. '커피 한 잔 안 마시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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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픽션) 디폴트
"누가 또 따뜻한 바람 나오게 해 둔 거야? 썼으면 되돌려 놔야지." "미안. 따뜻한 바람이어야 머리도 더 빨리 마르지 않나?" "난 그래도 찬 바람 나오는 게 더 좋아." "나는 따뜻한 바람이 더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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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핑계의 소멸
지하철역 근처를 걷는데, 스티커 하나만 붙이고 가라는 요구가 또 들어왔다. 정말로 스티커 하나만 붙이면 되는 것인지 한번 확인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외면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때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갑 티슈가 담긴 흰 비닐봉지를 든 한 아주머니가 스티커 부착 요구를 받는 사람들을 살피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모델 하우스 구경을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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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의도
주문한 커피가 머그잔에 담겨, 트레이에 올려져 있었다. 트레이는 그냥 두고 머그잔만 받아 왔다. 다음 사람을 위해 또 트레이를 꺼내고, 사용된 트레이를 정리하는 수고를 들어주겠다는 의도였다. 계단을 올라오면서 커피를 흘렸다. 트레이 대신 바닥을 청소하는 일거리를 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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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내 것
분홍빛의 상큼한 맛일 것 같은 음료였다. 눈앞에서 사라졌다. 커피 가게에서 맛보기로 조그만 컵에 담아 내놓았는데, 그 마지막 하나가 내가 계산하는 사이에 사라졌다. 그 분홍 음료가 계산대에 있었고, 내가 커피 주문 중이었으니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집어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 것을 내가 챙기지 못했으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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