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PEN클럽 공모전 심사 후기] 축제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78마디 (2/2)

kyslmate(65)
Published in
#kr
Words
869
Reading
4 min
Listen
Play
8y

풍등.jpg


 다시 이틀 동안 남은 일기들(41~78번)을 읽고 감상평을 달아봅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는 줄 수 없지만, 제가 줄 수 있는 문장 하나로 모든 일기의 저자들에게 작은 성의를 보이려 합니다. 이걸로 제1회 펜클럽 공모전 심사의 기억은 마음에서 훌훌 털어냅니다.

78개의 기록에 건네는 한 마디(41~78번 일기)

41. 농구쟁이 / bookkeeper@bookkeeper
 “치열한 육아의 현장에서 유유히 빠져 나가 농구를 하는 남편에 대한 폭로. 당장이라도 쫓아낼 것 같이 말하는데, 어째서 애정이 느껴지지?”

42. 전지적 을 시점 / emotionalp@emotionalp
 “갑이여, 당신의 워딩은 명민한 을에게 분석되고 있다. 교묘하게 상대를 억압하고 원하는 걸 얻는 방식은 이미 탄로 났으니.”

43. 오남매 육아 일기 / leeja19@leeja19
 “다섯 아이는 모두 다른 매력으로 반짝거린다. 아이 매력 분석의 최고 권위자인, 아이 엄마에게 듣다.”

44.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 kiwifi@kiwifi
 “아스라한 유년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정서=반려견이 주인을 기억하는 방식? 마지막 세 문단의 작은 반전.”

45. 난 일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 / newiz@newiz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준비하는 남자의 상념. 환경이 바뀌어도 ‘공허함’은 모습을 바꿔 지속된다.”

46. 스팀잇에 대한 다양한 생각 / gidung@gidung
 “일상의 신선함을 추구하려 들어온 스티밋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47. 전국 일기자랑 / sanscrist@sanscrist
 “가장 긴 문단은 무슨 글을 쓸까하며 나열한 일기 주제들. 의식의 흐름의 끝판왕.”

48. 뒤늦게 받은 rbaggo@rbaggo님의 선물 / greenswell@greenswell
 “이벤트 당첨된 초콜릿을 바로 받아보았다면 쓰지 않았을 이야기.”

49. 나의 남성 편력 / ab7b13@ab7b13
 “적나라한 자기 고백은 일기의 꽃. 충격적인 인트로는 꿈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입이 벌어지는 서스펜스로 독자를 얼려버린다.”

50. 두번의 이사하는 날 / mimistar@mimistar
 “세입자는 집주인이 치사하다. 땡빚을 내서 내 집을 사는 이유.”

51. 내 기억 속의 시詩를 찾아서 / dj-on-steem@dj-on-steem
 “어렴풋이 생각나는 시 하나를 찾아내는 과정. 혼탁해진 기억은 그 시를 다른 시로 탈바꿈시켰다.”

52. 머리하던 날 / perspector@perspector
 “늘 하던 이발도 글로 묘사해보면 신선할 수 있다. 이발에 관한 미시적 기록.”

53. 유통기한이 지난 차를 마시면서: 일기에 대한 일기 / qrwerq@qrwerq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위해, 녹차라떼 스틱으로 운을 떼는 노련함. 이런 맛을 내는 일기는 유통기한이 길다.”

54. 곡비哭婢,,,,,생의 배웅 / sunghaw@sunghaw
 “화자는 대신 울어주는 ‘곡비’를 얘기했지만, 즉시성을 갖고 삶을 대면하는 ‘나’ 앞에 천천히 삶의 결을 읽어 언어를 재단하는 ‘언비’가 있는 건 아닐는지. 일기로 위장했지만 이것은 시다.”

55. 동생 M에게 건네는 편지 / agood@agood
 “동생을 위로하는 편지. 진짜 위로는 이런 언니(누나)가 있다는 것.”

56. 새벽에 애 낳는 남자 / tata1@tata1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조용필 노랫말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중년 남자는 매일 시트콤을 찍는다. 그 시트콤은 묘하게 여운이 길다.”

57. 야속한 로또 외 / amukae88@amukae88
 “6번) 공감 가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댓글로 충분하다는 번호 일기의 장점을 설파함. 이 말에 따라 여기까지만.”

58. 딸부잣집 넷째딸 / edwardcha888@edwardcha888
 “옛 드라마 <아들과 딸>의 후남이와 종말이가 생각나는 글. 이 가족은 이 드라마를 함께 모여 보았을까.”

59.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 사이에서 / grapher@grapher
 “‘돈’ 앞에서 우정은 때때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씁쓸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 끄덕.”

60. 내 안의 그늘그늘한 그늘들 / lekang@lekang
“남자는 그늘과 싸우겠다고 결의하지만, 그늘 없는 글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는 걸 남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남자의 기쁨에게 2년간 먹이를 줬다는 존재는 누굴까.”

61. 1등 발표의 순간이네요 / zzing@zzing
 “고뇌하고 절망하던 플랑크톤은 그렇게 춤추는 멸치가 된다.”

62. 새로운 시작 - "은퇴비자 받는 날" / kimsungmin@kimsungmin
 “끝을 앞둔 사람의 지나온 길은, 때론 촉촉한 빗길로, 때론 건조한 흙길로,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끈다.”

63. 2017년 12월 30일과 2018년 4월 29일의 일기 / lilylee@lilylee
 “잘 살겠다고 다짐한 옛 일기를 보며 오늘의 일기에 다시 다짐한다. 어쩌면 일기는 이루지 못할 것을 반복적으로 다짐하는 기록일지도.”

64. 2018년 나에게 4월은 死月이었다 / mooyeobpark@mooyeobpark
 “당혹스러운 난관은 끊임이 없고, 이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삶의 과정. 해결 안 되는 문제는 다음 달로 패스하고, 로또 당첨 상상으로 으쌰 하는 관록.”

65. 소외감에 익숙해는 법 / chocolate1st@chocolate1st
 “서운하지만 ‘소외’에 함몰되지 않고, 두 주먹 불끈 쥔다.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66. 4월 일기 / mimitravel@mimitravel
 “아이의 성장은 나를 비추는 거울. 티는 안 나겠지만 엄마도 계속 자라고 있단다.”

67. 내 그릇은 작지만 쓸모 있고 싶다 / floridasnail@floridasnail
 “모든 그릇이 크기만 하면 만두 먹을 때 간장은 어디에 담으라고요? 설거지를 싫어하는 여자가 ‘그릇’으로부터 얻은 통찰.”

68. 2018년 봄, 나에게로 떠나는 하루 / madamf@madamf
 “오픈카 대신 굴착기를 타고 떠난 여행. 한없이 내면을 파고 들어가다 터널에 적힌 글씨를 발견. 나는 아프다. 고로 나는 쓴다.”

69. 심플이라고 하는 것 _ To Be Simple / aaronhong@aaronhong
 “Better Life를 목적으로 하는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한 가지. 결코 심플하지 않은 생각!”

70. 영국인과 요리사가 나오는 일기 / springfield@springfield
 “영국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의 일기에 영국식 유머가 보인다. 일기 장인의 미덕 중 하나.”

71. 남미여행이 내게 준 것 / juheepark@juheepark
 “여행을 떠나 있는 동안엔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은 본편이 아니니까.”

72. 벼락치기 일기숙제 / daegu@daegu
 “일기 쓰기는 방해꾼을 해결하고 유혹을 떨쳐야 이룰 수 있는 과업이다. 애 딸린 착실한 남자에게는.”

73. 봄나들이 / snuff12@snuff12
 “알록달록 꽃의 봄 뒤에 가려진, 잎과 줄기의 연녹색 봄에 대한 찬사.”

74. 나 혼자 산다 / jamieinthedark@jamieinthedark
 “혼자 사는 일상에 대한 만족감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향한 연민. 결혼을 앞둔 친구도 혼자 사는 친구를 향한 연민으로 침대에서 똑같은 일기를 쓸지도.”

75. 손, 내밀어 / teagarden@teagarden
 “편지로도 느껴지는 밀당 고수의 풍모. 마지막 한 줄은 밀당의 절정을 보여준다.”

76.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 cowboybebop@cowboybebop
 “원고지, 빅맥세트, 교육센터의 정원은 화자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지만, 그 곁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고단하다. 잘 정돈된 구성.”

77. 분식집에서 있었던 일 / bellsound@bellsound
 “분식집에서 평범한 돈까스를 먹는 일도 1500자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다.”

78. 공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와라 / keydon@keydon
 “때때로 그리운 공포체험담. 대학 엠티, 비오는 날 친구들 모임에선 불스원샷 같은 윤활유.”


P.S.


 아이 활동량이 많은 날이면, 아 오늘은 좀 일찍 잠들겠는걸? 하는 기대를 품습니다. 그런 날은 대부분 아이가 일찍 잠듭니다. 여기서 함정은, 아이가 활동할 때 아빠 역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로 제게도 잠이 쏟아집니다. 아이를 일찍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원대한 바람은 여기서 어그러집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버티기엔 너무 힘겨운 밤입니다. 이제 마무리 했으니, 잡시다.

영감5.jpg

[제1회 PEN클럽 공모전 심사 후기] 축제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78마디 (2/2)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