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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2020-02-14 00:02
[KR]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그대로 하면 그 맛이 난다고 했다. 시음한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집에서도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그 맛이 난다고 하여 원두를 사 왔다. 표시된 만큼 원두를 넣고, 누르고, 알려준 만큼 물도 넣었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완벽히 그 맛은 아니었다. 뭔가 달랐다. 하기야 이렇게 쉽게 그 맛을 낼 수 있다면, 그가 거기서 계속 그 커피를 팔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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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er
zzan
2020-02-12 00:41
[KR] 부끄러워서
새벽 잠을 설칠 때 가끔 신문이 배달되는 소리를 듣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거의 동시에 신문이 바닥에 떨어진다. 도대체 얼마나 일찍 배달되나 궁금하기도 했을 텐데, 아직 한 번도 그때 시각을 확인한 적이 없다. 이 소리를 들을 정도면 잠은 이미 달아났을 테고, 일어나서 뭔가 해도 되는데 이불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서 차마 시계를 못 봤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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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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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00:01
[KR] 쿼런틴
'쿼런틴(quarantine)'이란 말은 양자 이론을 다룬 동명(同名)의 SF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렉 이건이 지은 이 책을 헌책방에서 힘들게 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녹색 창에서 '쿼런틴'을 처음으로 검색해 보았다. quarantine은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 교통 차단, 검역소, 검역의, 검역하다"는 뜻이다. 'forty(40)'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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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00:56
[KR] 종이 카드 영수증
요즘 웬만한 건 다 카드로 결제한다. 현금은 거의 안 들고 다닌다. 카드로 결제하면, “영수증 버려 드릴까요?”라고 점원이 묻는 경우가 많다. 아예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 영수증 준다는 데도 있다. 대개 종이 영수증 받아 둘 필요가 없다. 오만 원 이하는 서명도 안 하지만, 금액을 계산대 모니터로 확인한다. 그래도 영수증 버려 달라고 하기엔 좀 찜찜해서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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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03:36
[KR] 어젯밤 꿈 얘기 #18
가게 점원에게 초콜릿 제일 작은 걸로 달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내는 제일 싼 걸 달라는 것이었다. 점원도 알아들었는지, 비싼 것들을 추천하던 점원이 처음 보는 상표의 조그만 초콜릿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이걸로 산다는 말도 안 했는데, 상자 포장에서 스티커 한 장을 떼어서는 박스에 그려진 동그라미 안에 붙였다. "내일 오전 10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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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00:20
[KR] 덕분에
여기 자주 오지만, 건조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요즘 도서관에는 전원뿐만 아니라 USB까지 연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 USB 포트에다 조그만 가습기를 연결해서 작동하고 있었다. 감기 환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나만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지, 솔직히 '별 사람이 다 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어떤가? 덕분에 나도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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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00:38
[KR] 동기 부여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축구 중계를 보게 되었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국제 대회였다. 우리나라 경기가 아니어서 큰 관심은 없었지만, 잠깐 보기로 했다. 조별 리그 예선 마지막 경기였다. 해설자의 얘기가 들렸다. "다른 경기장의 결과에 달렸지만, 그래도 반드시 이겨야 예선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팀 치고는 너무 무기력한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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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8 04:35
[KR] 엘리베이터 광고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LCD 모니터 광고판이 처음 달렸을 때, '누가 이걸 보고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내가 자주 보고 있다. 아니, 보고 있다기 보다는 고개를 자꾸만 그쪽으로 돌리게 된다. 볼 만해서 아니다. 주로 모르는 누구랑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을 때 보게 된다. 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다는 것은 대개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산다는 의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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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23:55
[KR] 시그널 #2
도서관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 두고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가 왔나 싶어 핸드폰을 열었다. 내 것이 아니었다. 핸드폰을 손에 든 김에, 인터넷 뉴스를 잠깐 살폈다. 그렇다면 앞에 앉은 사람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얘긴데. 혹시 내가 핸드폰 들고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고 앞사람이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할 생각을 않는 것은 아닐까?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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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 00:14
[KR](픽션) 요약의 방법
"너는 그 책을 왜 또 읽고 있는 게냐?" "제자가 머리가 아둔해,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내가 그 책은 큰 줄기만 파악해서, 요약해 두라고 하질 않았더냐." "제 눈에는 다 중요해 보여서 요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허, 큰일이군.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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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00:37
[KR] 인생 라면
아침부터 라면이 당긴다. '인생 라면'은 어릴 적 낚시터에서 아버지께서 끓여 주셨던 라면이다. 부추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최근에도 라면에 부추를 몇 번 넣어봤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낚싯대도 없지만, 라면 끓이러 그 호숫가에 다시 가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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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00:47
[KR](픽션) 슈퍼 히어로 - 호출맨
슈퍼 히어로 호출맨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누구라도 큰소리로 "도와줘요, 호출맨."만 외치면 달려와서 도와주던 호출맨이 앞으로는 거짓 호출 시 출동비 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거짓 호출이 너무 많아서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기자회견 이후 호출맨이 더 바빠졌다고 한다, 늘어난 거짓 호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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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00:14
[KR] 자업자득(自業自得)
알람이 울렸다. 알람 소리 듣는 순간 필요 없는 알람 설정임을 알았다. 그리고 10분 간격으로 앞으로 세 번 더 울린다는 것도 알았다. 어제와 내일 설 연휴 기차표 예매가 있어서 맞추어 둔 알람이다. 날짜별로 각각 알람 설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매일 울리도록 맞추어 두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새벽잠을 설치게 되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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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00:24
[KR] 거의 초능력
버스가 종점에 거의 다가가니 사람들이 다 내리고 승객이 나를 포함해서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떨구고 잔다. 저 사람 종점까지 가는 걸까? 종점이라고 내리라는 기사의 요구에 정류장 지나쳤다고 계속 타고 있으면 안 되느냐고 조르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하는데,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자고 있던 승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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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0 00:54
[KR] 대충
동네에 고맙게도 새로 도서관이 생겼다. 서가에서 책을 뒤적이다 진하게 줄이 쳐진 곳을 발견했다. '벌써? 누가 도서관 책에다!' 심하게 줄 그어진 책은 잘 안 빌린다. 짜증도 나고 내가 그랬다고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데 다시 보니 아니었다. 인쇄된 줄이었다. 요즘은 중요한 부분에 밑줄이 그어진 책도 많이 나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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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2020-01-08 23:36
[KR] 책 보내기
집이 비좁아 책을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를 여기서도 몇 번 했다. 다시 말하지만, 책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이후로도 보낸 책보다 들인 책이 더 많다. 책 보내기가 쉽지 않다. 고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읽고 실망한 책이 당연히 최우선일 텐데, 그런 책이 잘 없다. 다음에 다시 읽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책을 없애자니, 다른 식구들이 아직 안 읽은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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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2020-01-08 00:26
[KR] 이래서 #2
벌써 1시간째 찾고 있다, 안경을. 집안을 샅샅이 뒤지는데 없다. 들은 얘기가 있어서 ‘설마’ 하면서 냉장고 안도 살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냉장고 안에는 없었다. 안경 찾는 것이 다른 것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눈에 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래서 안경이 하나 더 있어야 하는가 보다.
gl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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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23:39
[KR](픽션) 인류애
책 말미 저자 후기에 가서야 이 책의 제목이 생뚱맞게 왜 '인류애'인지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책 읽는 내내 함께 했던 나의 이 투덜거림, '왜 이렇게 어렵게 썼어? 그냥 좀 알려주면 안 되나? 하나하나 다 따져야 알 수 있으니, 도무지 빨리 읽을 수가 없지.'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였다. 그것이 그의 인류애였다. 생각 않음으로써 바보가 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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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6 00:19
[KR] 나이 든다는 것 #10
스포츠 중계 참 좋아했었는데. 심야에 하는 것도 알람 맞추어두고 일어나서 보곤 했었는데. 요즘은 초저녁에 하는 경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집중하지는 않게 된다. 그 시간 동안 특별히 다른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러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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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3 00:17
[KR] 여유롭게 사는 방법
아침에 문득, 이제는 돈 있으면 생을 정말 여유롭게 그리고 멋지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TV나 영화에서 본 장면들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밤늦게까지 TV나 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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