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못 해도 착하게만 살자'
한 학생이 자신의 책상 위에 적어 놓은 글이다. 오늘 듣고 있던 원격연수 중에 나온 한 장면이다. 그냥 한번 읽었을 땐 '뭐 그렇지. 착하게라도 살아야지.'라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이 얼마나 지켜지기 어려운 말인지 모른다. 공부를 못 하면 학교의 교사들은 그 학생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 판단하고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하게 만들려 한다. 근데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닌 못 하는 아이는 이내 또 다시 좌절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교사들은 그 학생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 또는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 공부를 못 했을 뿐인데 '나쁜 아이'가 되어 가는 것이다. 주변의 친구들도 공부를 못 하는 것에 대해 그닥 긍정적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 학생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주는지 모른다. 그리고 일종의 훌륭한 학생, 즉 '착한 학생(모범생)'으로 인식되기 쉽다. 공부를 못 한다는 것은 그 반대인 것으로 '나쁜 학생'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집에서는 어떤가? 과연 우리 아이는 공부는 못 하지만 착한 아이라며 자랑스러워 할까? 공부는 못 하지만 착하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결국 공부가 원인이 되어 그 착한 아이와 싸워야(?) 하는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학부모와 상담을 하며 우리 아이는 착한 아이인데 공부만 못 할 뿐이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어봤는지 모른다. 그러한 상담은 결국 학생의 진로, 진학과 공부에 대해 이어지며 부모 자신에 대한 탓함과 학생에 대한 탓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부는 못 해도 착하게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공부라는 것을 성적을 통해 판단한다. 성적이 높으면 공부를 잘 하는 것이고, 성적이 낮으면 공부를 못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치화된 성적은 필연적으로 비교를 하게 만들고 학생을 서열화시키게 된다. 공부에 대해 물을 때 '몇 등이나 하니?'라고 묻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서열화는 필연적으로 우와 열을 만들고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공부를 못 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 혹은 성실치 못 함 때문이라 치부해 버린다. 그리곤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을 쉽게 비난해 버린다. 뉴스나 신문을 보면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 천지인데 단지 공부를 못 한다고 나쁜 아이 취급받으며 비난받는 것이 정당한가?
성적이 곧 공부라는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평가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이 역시 수업의 연장으로 평가 속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수치화된 성적을 내기 위한 평가여서는 안 된다. 손쉬운 이해를 위해 성적을 수치화하더라도 이를 하나의 잣대로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바탕한 서열화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는 자유학기로 운영되고 있다. 흔히들 시험을 치지 않는 학기로 알고 있지만 시험을 치긴한다. 얼마나 배워나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행평가나 형성평가 식의 시험이 있다. 다만 수치화된 성적을 내지 않을 뿐이다. 학생의 성장 과정을 파악해 이를 서술식으로 교과세부특기사항에 기술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평가 결과의 기록이 단순한 수치로된 성적보다 좋다고 생각된다. 물론 교사가 학생을 더 잘 관찰해야 하고 교사의 판단을 가감없이 기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고 왠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로 성적을 나타낸다고 그런 우려가 생기지 않는가? 수치화된 것이 객관적이고 정확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어쩌면 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평가받아 공부를 잘 하고 못 하고를 가리고 서열화 하는 곳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교육의 최종 목표는 결국 '민주시민의 양성'이고 그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며, 그 배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결과가 아닌 과정, 성적이 아닌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열화를 통한 열등감과 좌절, 포기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얼마나 배웠고 앞으로 무엇을 더 배워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성장을 돕는 평가 말이다.
학교에서의 평가가 많이 변하려 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그 변화가 뚜렷이 보이진 않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대표적이다.
한 학생이 책상 위에 적었던 '공부는 못 해도 착하게만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