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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은 항상 빛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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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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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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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7 20:52
[시] 맑은 샘물처럼 흘러라 / 안해원
맑은 샘물처럼 흘러라 / 안해원 삶의 길을 가다가 불현듯 뒤를 돌아보게 되거든 발자국으로 흘러온 물이 맑게 고이는지 보아라 행여 흙탕물이 고여 있거든 그대, 발걸음을 멈추고 걸어온 삶의 길을 추억하라 검은 길에서는 검은 물이 고이고 황톳길에서는 황토물이 고이는 것 마음에 담긴 것은 발자국으로 고이는 것 그대, 삶이 힘들어도 악하게 살지 말아야 할 것은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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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21:45
[시] 벡신스키의 작품을 보며 / 안해원
벡신스키의 작품을 보며 / 안해원 아파야 한다면 아픔으로 죽어야 한다면 죽음으로 헤어짐은 죽음보다 더한 징벌이기에 진홍빛칼날 위에 하나 되길 원했다 발과 손이 묶여버린 이슬같은 순수 말라버린 육체의 미동도 없이 굳은 정절의 구토로 뒤섞인 슬픔 하나되어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신념 그것은 사랑의 절규인가 속박의 시위인가 폐허 위에 세워야 할 진실 죽음도 전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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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22:52
[시] 동행 / 안해원
동행 / 안해원 멀어지지 말자 다가 설 수록 모습은 달아나고 잔상은 가슴을 스친다 세차게 달려 한 나무밑에 서기까지 옷깃이 날리고 오르내림 반복하는 날개 어쩔 수 없다 두 눈동자에 비친 시름 동공을 조여도 기대어 설 수 있는 커다란 의미가 되기까지 지친 옷깃에 눈물 적시지 말자 끝없는 길, 바람이 막아주면 그때 한 나무밑에 가지처럼 붙어 눈부신 햇살로 기지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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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4 22:47
[시] 풍선 / 안해원
풍선 / 안해원 뱃속으로 사라진 배꼽을 영영 잊기로 한 날부터 가죽을 자꾸만 부풀리던 날숨 관에서 센소리가 난다 아직도 미끄러지듯 관절은 윤활 능력이 짱짱한데 기름통인지 오물통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함이 의구심을 더한다 무엇이 들었건 채워지면 무작정 밟아왔던 질주본능이 불현듯 아들 녀석 눈 밑에서 초라함으로 바뀔 때 즈음 그래도 아내 앞에선 별 하나 꿰어줄 기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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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21:35
[시] 인형가게에서 / 안해원
인형가게에서 / 안해원 그것들의 시선은 고정되어 있다 멈추어 선 듯 달리의 그림 속으로 길과 도시와 산과 나무는 형태 없이 섞여가고 시간은 느릿하게 주변에서 울럭거리고 있다 사랑하는 법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법 건강을 관리하는 법 좋은 결혼 상대를 만나는 법 즐겁게 일하는 법 부자가 되는 법 분침처럼 건조하게 굴러가는 눈알 무더기 속으로 빛과 어둠의 선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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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00:14
[시] 고목을 위한 서정敍情 / 안해원
고목을 위한 서정敍情 / 안해원 불멸의 새는 전설이 되어 날아갔다 폐에는 이미 훵하니 구멍이 뚫렸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 어룽한 달빛에도 가지는 툭툭 부러지고 뿌리는 허물어져 흙을 덮어 가릴 겨를도 없다 그늘 틈을 파고드는 아침 빛에 엉긴 머리를 하고 시린 눈을 비벼가며 겨우 일어나 문을 연 것처럼 꽃봉오리 하나 품지 못한 빈 가지들만 가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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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22:53
[시] 부러진 만년필 / 안해원
부러진 만년필 / 안해원 이십여 년을 함께해 온 너의 허리에 다시 붕대를 감는다. 이미 골절된 지 수년이 지나도록 붙지 않는 뼛조각을 동여맨 채 눈물처럼 써왔던 젊고 푸른 세월은 찌꺼기로 붙어 까맣게 무뎌져 있다 비밀스레 나누었던 대화들이 속삭이듯 고여 다시 혈관에 흐를 때면 알 수 없는 레일이 놓여 있는 노트 위를 목발도 없이 삐걱거리며 걷곤 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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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0 20:45
[시] 노인 / 안해원
노인 / 안해원 참, 햇살 좋다 쭈그리고 앉아 구겨진 신문을 읽던 노인 손엔 다 타버린 담배 한 개비 힘껏 빨아 내뱉는다. 구멍마다 구름이 덮는다 참, 햇살 좋다 일어서는 노인 허, 참 담벼락 모퉁이에 그림자가 꺾인다 참, 햇살은 좋다 구름이 목에 걸려 따라간다 쿨룩 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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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9 23:44
[시] 섬 / 안해원
섬 / 안해원 가슴이야 가끔 울겅울겅 한다 해도 쏟아낼 눈물조차 없는 메마른 외눈박이에겐 쓸쓸한 이름으로 서서 오래도록 평온하고 오래도록 변함없는 새들의 둥지가 되고싶을 뿐 발구름 조차 힘겨운 모래 위에 한 그루 나무를 부목처럼 동여맨 채 저녁마다 벌건 혈란血卵을 낳고서야 어린 새를 품을 수 있는 그들의 이름은 모두 다 한결같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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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20:41
[시] 빈의자 / 안해원
빈의자 / 안해원 쓸쓸한 자리엔 유리창의 지문처럼 언제나 떠난 사람의 발자국만 웅성거린다 날카롭게 스치며 지나는 바람에 껍질을 벗겨내듯 수근거림 씻어 내고도 넓은 들 조그마한 나무로 꽃 피우며 설 수 없었던 자리 먼 산 먹구름 밀려와 남겨진 발자국 시간없이 덮을 때 깎인 모서리 시리도록 견딘 후에야 빈 의자가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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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7 21:16
[시] 어머니와 된장국 / 안해원
어머니와 된장국 / 안해원 "맨날 된장국이야" 궁시렁 대던 아이가 메아리처럼 자라나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콧속을 더듬는 된장국 냄새에 선잠을 깨어 두리번 거리다 식탁 위 사발 속에 된장국을 보았다 부산히 씻고 나와 수저를 들며 반가움에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어머니는 가신 곳 없고 투덜대던 아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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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21:26
[시] 어머니, 바람부는 날에는 / 안해원
어머니, 바람부는 날에는 / 안해원 하얀 수건 똬리 틀어 머리 위에 올리시고 늙은 호박 대야에 담아 폿폿이 일어서며 어린 아들 불러서 사립문을 나설 때에 바람은 왜 그리도 불어 대던지 고막 손 한 손에 살포시 잡으시며 호박 팔아 새 운동화 사주겠다고 십여 리 걸어서 나가시던 어머니 흙먼지는 왜 그리도 날리던지 시장구석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가는 사람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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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5 22:08
[시] 쪽지에 새긴 詩 / 안해원
쪽지에 새긴 詩 / 안해원 점점 배가 불러오는 바지 주머니를 모른 척 한지 몇 주가 지나자 만삭이 되어 걸을 때마다 불편해진다 꺼내어 와르르 쏟아내니 열쇠뭉치며 십 원짜리 동전에 조여진 쪽지 모서리가 아린 채 글 한 줄 쓰기에도 힘들 너덜한 모습으로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다 비밀스럽게 굳게 입 다문 채 손가락들에게 오래도록 버림당한 쪽지, 노트 속, 한 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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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4 21:11
[시] 지문 / 안해원
지문 / 안해원 어머니 주름 속에 잠긴 날들 층층이 쌓여 패각처럼 붙은 손톱 밑에 오래전에 바다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소리없이 뺨을 타고 가슴에 고인 물결 남모르게 닦아내었을 손가락 끝엔 온 몸을 휘감던 바다의 흔적이 딱딱한 돌기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차갑게 굳어졌던 동태의 지느러미가 갯내음에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밥상 위에 올려 진 국그릇 속에 소금 뿌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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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21:48
[시] 바람개비 / 안해원
바람개비 / 안해원 날개인 줄 알았다 바람 불면 저절로 파락거리는 홀로 선 당신의 눈물바람에도 녹슨 못이었던 나는 여전히 지구의 자전 속에 있었다 가슴의 진통을 견뎌가며 꺽이지 않으려 애쓰던 빈들에서 꽃으로도 필 수 없었던 生 날개를 가지고도 날지 못하는 당신이 부끄러웠던 시절 팔과 다리 꼭꼭 접어 아파도 품에 안으려 했던 잘려진 꿈의 모서리인 줄 몰랐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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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23:49
[시] 다향茶香 / 안해원
다향茶香 / 안해원 향기로운 것은 평온한 삶의 영혼처럼 고요히 피어오르는 미소 버려지지 않을 군상들을 잔잔한 숨결로 다듬어 달빛에 걸러내는 이슬의 정화 깊이깊이 우러나는 고백이 너무나 푸른 영혼을 빚는다 메마른 삶도 향기롭게 우려내는 또 한 번의 시간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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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21:19
[시] 꿈 / 안해원
꿈 / 안해원 얼마나 남았을까 너와 나의 시간은 나무가 자라 잎새 떨굴때면 그리움도 떨칠 수 있을까 밤하늘 무수한 별들 가지에 걸려 새벽, 반짝이는 이슬로 남으면 햇살처럼 네 마음속에 부서질 수 있을까 보고픔이 꿈속에서 네게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넌 눈부신 아침으로 날, 맞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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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22:03
[시] 어시장 방랑기 / 안해원
어시장 방랑기 / 안해원 골목마다 아지매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나 좀 보소 여기 좀 보소 궈서도 묵고 회 쳐서 묵고 쪄서도 묵고 지져서도 묵소 아지매들의 살벌한 거래에 입을 딱 벌린 꼬막 납작 엎드려 눈만 껌뻑이는 광어 찔러도 죽은 척 꿈쩍도 하지 않는 해삼 황급히 피를 토하듯 병색이 완연해지는 멍게 배를 드러내고 누워 사후경직을 연기하는 우럭 비릿한 언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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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9 21:41
[시] 고등어 구이 / 안해원
고등어구이 / 안해원 밥상위에 올려진 고등어구이 젓가락으로 하얀 속살 한 덩어리 떼어내어 황급히 넘기려다 가시에 걸린다 고여 든 타액을 삼킬 때마다 깊은 곳에서 아프게 몸서리치는 한 마리 고등어의 비릿한 시름을 견뎌가며 밤새도록 함께 뒤척이다 창문으로 넘어오는 붉은 해를 꿀꺽 삼키고서야 불에 구워진 허연 눈으로도 생(生)을 펄떡이던 고등어를 비로소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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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21:38
[시] 어머니와 된장국 / 안해원
어머니와 된장국 / 안해원 "맨날 된장국이야" 궁시렁 대던 아이가 메아리처럼 자라나 두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콧속을 더듬는 된장국 냄새에 선잠을 깨어 두리번 거리다 식탁 위 사발 속에 된장국을 보았다 부산히 씻고 나와 수저를 들며 반가움에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어머니는 가신 곳 없고 투덜대던 아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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