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바람부는 날에는 / 안해원
하얀 수건 똬리 틀어 머리 위에 올리시고
늙은 호박 대야에 담아 폿폿이 일어서며
어린 아들 불러서 사립문을 나설 때에
바람은 왜 그리도 불어 대던지
고막 손 한 손에 살포시 잡으시며
호박 팔아 새 운동화 사주겠다고
십여 리 걸어서 나가시던 어머니
흙먼지는 왜 그리도 날리던지
시장구석 한편에 쪼그리고 앉아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붙들어 놓고
늙은 호박 팔아달라 사정하던 어머니
사람들은 왜 그리도 무정하던지
뙤약볕 한 시간에 호박 하나 팔아놓고
발길로 걷어차인 대야 붙들며
금세 팔고 가겠다고 애원하던 어머니
시장은 왜 그리도 북적 대던지
손때 묻은
지폐 몇 장 꺼내들어
이것저것 골라가며 사주시던 운동화
그날따라 운동화가 왜 그리도 밉던지
어머니, 그날처럼
바람부는 날에는
신발장 속 헌 운동화가 신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