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선거운동

yunt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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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은 넘었을 것 같은 남자였다. 번호와 이름이 크게 쓰여있는 홍보용 어깨띠를 둘렀다. 출마하는 본인은 아니고 선거운동원으로 보인다. 노란색의 귀여운 미니 확성기를 좁은 버스 중앙차선에서 정신없이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다 대고 기계적으로 당 이름, 번호, 출마자 이름을 외친다.

저 비슷한 모습을 어디선가 보았다.

수산시장의 좁은 골목을 지날 때였다. 덩치 큰 남자가 위압적으로 사람들이 가는 길을 막고 손님들을 자신의 가게로 끌어들이는 '폭력적인' 광경이 생각난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그 남자를 피해 지나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버스 중앙차선의 인도는 꽤 좁다. 페르시아 대군을 좁은 길에서 가로막은 300명의 스파르타 군인처럼, 그 남자는 유리한 위치를 점유했다. 사람들의 앞길을 막고 연신 그 귀여운 노란색 미니 확성기로 소리 지른다. 다행히 내가 지지하는 당은 아니었지만, 공해를 넘어 폭력이 된 저런 선거운동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정치혐오'를 더욱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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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축제'같았으면 한다.

축제 같은 선거는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반경 몇 킬로 이내여야 가능할 것 같다. 집과 직장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 집이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바로 근처에 삶의 일터가 있는 곳. 동네 찻집, 동네 빵집, 동네 약국, 동네 꽃집, 동네 마켓이 있는 곳.

외국의 한 도시는 이런 콘셉트의 지역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의 반응이 좋아졌다고 한다. 물론 작은 도시라 동네 가게들이 바로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2시간은 훌쩍 넘는 먼 거리 출퇴근은 '동네'라는 개념을 없애버렸다.

집은 잠깐 잠만 자는 곳이다. 대부분은 직장에서 보낸다. 표를 행사하는 지역은 언제든 떠날 곳이다.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면 집값을 올려주는 정치인을 뽑는 것 외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휴일에는 가족들과 산책을 하고 쇼핑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만 한다. 그곳은 '인공'적으로 산책을 하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프스의 통나무집 같은 모양이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다. 사람들은 그 먼 곳으로 자동차를 몰고 찾아가서 복제되고 카피된 시뮬레이션들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대기업이 '설치'한 영화 세트 같은 가상의 휴식공간과 거대한 쇼핑몰에서, 그 바글거리는 인파들 속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를 다시 만나게 된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고, 휴일에는 다시 그 직장이 만들어 놓은 가상 휴식공간에 함께 모인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다시 그 직장에게 되돌려 준다. 인공적인 순환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생각에 따라서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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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언급한 저런 폭력적인 선거운동은 보기 싫다. '동네'가 이렇게 계속 사라지기만 한다면 우리는 4년마다 저런 '폭력'을 겪어야 한다. '지역'이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니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동네'로 지켜주는 정책을 가진 당들이 있다. 그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당장 바뀔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출근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의 얼굴에다 대고 미니 확성기로 소리 지르는 선거운동원을 고용하는 당은, 좋은 동네를 만들기는 고사하고 이 사회를 운영할 능력조차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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