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회

yunt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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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인사를 하며 서로 근황을 묻는다. 지적이고 차분한 말투지만, 자랑스럽게 자식이 SKY를 졸업하고 지금은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정보'를 알려 준다. 상대방은 '잘 키우셨네요.'라고 화답한다. 이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교수, 학자, 고위 공무원, 대기업 임원들이다. 이 사회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다.

내 자식이나 친척, 지인들이 유명하거나 '성공'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것은 분명 자랑스럽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자식이 지방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나름 탄탄한 중소기업에 들어간 것은 굳이 자랑하지 않는다. 만약 주변 지인들의 자식들이 전부 SKY 출신이라면 그것은 '상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된다.

고등학교 졸업자 중 100에서 15명이 서울 안의 대학에 진학한다. 이 비율은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아졌다.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보다 많다. 원서만 내면 이제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100에 85명은 서울 안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

90년대에 잠시, 학벌보다는 능력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슈가 '유행'하면서 많은 전문대학이 생겼다. 고등학교 중퇴인 서태지가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현재는 SKY로도 안된다며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려고 SAT를 준비한다.

서울 안의 대학에 가지 못하는 85%는 여전히 자랑스럽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열심히 노력해서 15% 안에 들면 될 것 아닌가. 본인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비율은 바뀌지 않는다. 노력한 누군가는 15% 안에 들어가겠지만 노력을 '덜'한 누군가는 15%에서 밀려나간다. 85%는 언제나 변함없다.

샌더스가 리버티 대학에서 한 연설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대담하게도 구체적인 공약보다 '윤리적' '도덕적'얘기를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미국에서 20%의 아이들이 빈곤상태에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다.'라고 강하게 말한다. 매우 평범한 말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주변의 아이들이 빈곤하면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감정은 이성이나 감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능의 문제다.

샌더스는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DNA를 자극하고 있다. 빈곤한 아이들의 존재는 생명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쁜 것이다. 나쁜 것은 당연히 없애야 한다. FTA 문제, 미국의 대외정책, 이민자,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구체적인 정책보다 '아이들의 빈곤'을 말했다. 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은 그 연설에서 말하지 않았다.(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이 사회로 돌아가서, 85%의 아이들은 서울 안의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 자랑스럽지 못하고 불편하다. 15%가 좋기 위해 85%를 불편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나쁜 것이다. 나쁜 것은 당연히 없애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그 시스템을 옹호하는 소수의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