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OO'라고 쓰인 거대한 현수막이 붙어있다. 보통 조직을 이끌어 가는 고위 임원급들이 이런 슬로건을 밖에다 크게 써 붙이자는 결정을 한다. 왜 그들은 변화하고 혁신하겠다는 생각을 굳이 외부에 알리려고 하는 것일까.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하고 결핍된 것을 갈망한다. 자유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다.
'변화'와 '혁신'과 거리가 멀수록 그것들을 갈망한다.
밖에 그 단어를 크게 써붙여본들 변화와 혁신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변화와 혁신을 모른다. 변화와 혁신을 경험한 적이 없다. 실은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변화와 혁신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직 시스템을 변화하고 혁신한 경험도, 그럴 능력도 없기 때문에 그저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차원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한글 단어를 현수막에 크게 써서 외부에 붙이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현수막에 한글로 프린트되어 알기 쉽고 그럴듯하게 실체화된다.(눈에 보인다) 그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그 현수막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안도한다.
우리는 이런 현수막을 통해서 그 조직이 어떤지, 그 조직을 이끄는 임원급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