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악을 들었다. 노래가 없는 연주음악이다. 듣기 편한 일반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파괴적인 실험음악은 아니다.
그 음악에서 '배려'를 느꼈다. 진지하지만 현학적이지 않고 잘난척하지 않는다. 섬세하고 성실하며 상냥하다. 자신을 꾸미려는 욕심이 없다. 자신이 만드는 음악을 그냥 좋아하는, 자신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좋은 것 같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실제로 만났던 그는 참 순하고 선한 사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말없이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던 모습이 기억난다.
음악 역시 말이나 글처럼 그 사람의 내면이 드러나고 담기는 그릇 같다. 그의 음악은 매끄럽고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고 섬세한 하얀색 접시 같다.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상업적인 대중가요는 왠지 듣기가 불편하다. 그 음악에서는 강박과 욕심이 느껴진다. 곡의 구조, 곡의 중간에 쓰이는 여러 가지 인위적인 장치들을 들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만든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대중을 자극하고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강박적으로 반복된다.
함께 공연할 때 유달리 즐거운 경우가 있다.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연주자나 행위자의 연주 기술이나 내공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통하면 그 공연이 재미있어진다. 행위자와 연주자가 즐겁고 행복해지면 공연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