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첫인상

yunta(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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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사람이 아닌 공간에도 '첫인상'이 있다. 허름해도 정갈하고 푸근한 공간이 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도 뭔가 어색하고 불편함을 주는 공간이 있다.

한 공간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뭔가 첫인상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공간은 첫인상이 안 좋군.'이런 식은 아니다. 그냥 뭔가 이 공간이 편하지 않다는 정도의 막연한 느낌이다. 그 공간을 돌아다니고 그 공간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알게 된다.

주위 환경에 녹아들지 않고 그 공간(건물) 혼자 튀어나오는 건축 양식, 그저 장식으로 보이는 양장 책들과 소품들, 정성이 담기지 않은 벽의 마감, 불편한 동선으로 이루어진 가구의 배치,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소화전 등, 이런 것들이 서서히 눈에 보인다.

공간에는, 그 공간을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성향, 성격이 배어 든다. 처음 공간을 지을 때는 건축주의 의지와 성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설령 건축주가 '천박한' 의지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사용하면 처음의 천박함도 점차로 사라진다.

정갈하게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아무리 '이쁘게' 디자인한 팻말 몇 개로 가려본들 본질은 지워지지 않는다. 별로인 음악을 멋진 디자인으로 '커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 음악의 앨범커버 디자인은 아무리 멋지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해도 희한하게 잘 안 된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은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할 때 쓰이기도 하며, 돼지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봐야 돼지가 품격 있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거대하고 번쩍번쩍한 장식으로 '치장'했지만 그 속은 무능과 부패, 무기력으로 곪아있는 회사, 공공기관, 그리고 대학들.

흔히 이런 곳에서 '디자인'으로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고 한다. 디자이너들이 이런 목적에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간의 첫인상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