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ism] 왜 그렇게 슬퍼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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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기 비슷한 차원으로 주절거리는 글이다. 이따금씩 이 글을 다시 보러 올 것 같다.

이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글을 썼다. 아마 내 블로그 스크롤을 쭉 내리다 보면 보일 것이다. 지금은 전남자친구가 됐지만, 어쨌든 그와 나는 헤어졌었다. 헤어지고 첫 3일간은 밥을 먹지 못했다. 차만 홀짝거렸다. 멍때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너무 우울하고. 그렇게 3일을 보내다가, 그 이후로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어땠건 간에, 지금의 나는 그를 완벽하게 잊고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며 썸도 타고 있다. (?)

최근에 있었던 일인데, 헤어졌던 그한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자기 이직했다고 한 번 보자고 했다.
아,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미리 해두는 말이지만 그와 나는 페미니즘 덕분에 헤어졌다.
인성과 여성관은 참 별개란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인성이 좋아도 여성에 대한 사고는 매우 편협할 수 있고, 사실 그런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어쨌든 그와 나는 몇 주 전 주말에 만났다. 그간 잘 지냈는지, 일은 좀 나아졌는지, 그런 이야기들 주고 받았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 만났다가 온 기분이었다. 근데- 역시 문제는 발생했다.
우리학교 남교수 중 미투운동으로 파면 직전에 있는 교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자친구는 아주 쓰레기같은 자식이라고 같이 욕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혹시나 그가 변한 것일까- 하는 기대감에 차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보여줬다. 스팀잇에서 어떤 분이 올린 글인데, 내용은 무고죄를 운운하는 남성들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었다.

전남자친구는- 아쉽게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내게 "이 글쓴이는 무고죄를 거의 없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있어." 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고죄 비율은엄청 낮은걸?"
나의 저 한마디에 그는 무고죄 사례를 두어개 정도 나열해댔다.
짜증이 났다. 그가 나열한 그 사례들 모두 인터넷에서 남성들이 무고죄를 운운할 때 써먹는 예시들이었다.

"좋겠다, 그렇게 예시 하나하나 다 설명할 수 있어서.
성범죄 피해 여성은 너무 많아서 그렇게 다 얘기 못 해."

내 한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나중에 연락한다고 하며 가버리고 그에게서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다.

참, 저런 사람이랑 내가 6개월동안 뭐하러 만났나 싶다.
생각해 보면 헤어질 때도 내게 상처를 줬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가 페미니즘을 추구할 이유도 없고, 추구하고 싶지도 않아."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건데- 그는 아마 나를 잊지 못했었나보다.
못 잊었으니까 괜히 나한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근데 내가, 지옥까지는 아니고 그 근처 쯤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으니
남무룩 해버린거지, 뭐.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난다.
"예상하건대 앞으로 페미니즘 이슈로 대화하다가 헤어지는 연인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여자들은 지금껏 본인이 당한게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절대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것을 따라오지 않는 남자와 같이 갈 수 없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이다."

정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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