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샤이닝》은 젊은 시절 서로에게 가장 특별했던 두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사랑보다 두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감정의 결을 따라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무엇으로 이어지고 또 무엇 때문에 멀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전철과 기차, 지하철역처럼 ‘이동하는 공간’이 계속 등장한다.
역은 참 묘하다.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이고, 누군가에게는 종착역이다. 같은 플랫폼에 서 있고 같은 열차를 타도 목적지는 다르다.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달리다가도 어느 역에서는 결국 각자의 길로 내려야 한다.
두 사람의 관계도 꼭 그랬던 것 같다.
젊은 시절,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해주던 사람. 힘든 순간에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사람.
분명 서로에게 특별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샤이닝》을 보며 계속 떠오른 말은 ‘인연은 타이밍’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게 잘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참 어렵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향하는 방향과 시간이 달라서 놓치는 인연도 있다.
연출에서도 이런 ‘시간의 흐름’을 중요하게 보여준다.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이 이동하고, 같은 공간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사람도 관계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쩌면 모든 인연이 평생 함께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어떤 사람은 한 시절만 함께한다. 하지만 그 시절에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인연일 수 있다.
같은 열차를 탔다고 해서 같은 역에서 내리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함께 달렸던 시간까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문득 그 시절을 돌아봤을 때
‘그때의 나는 참 찬란했구나.’
그리고
‘그때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었구나.’
그렇게 기억할 수 있다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인연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샤이닝》은 결국 사랑 이야기이면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타이밍과 지나간 시간을 어떻게 품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시작점과 종착역 사이, 잠시 같은 열차를 탔던 사람들.
어쩌면 우리의 인연도 그와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