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불단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크고 정교한 불단을 일본 사람들은 집에 두고 실제로 사용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물론 현대에는 불단을 두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지만, 전통적으로 일본의 불단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집 안에서 불교 의례를 행하고 돌아가신 가족을 기억하는 공간이었다.
일본어로 불단은 ‘부츠단(仏壇)’이라고 한다. 불상이나 불화를 모시는 불교의 제단이면서, 돌아가신 가족의 이름을 적은 위패(位牌)를 함께 모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본의 불단에는 ‘부처를 모시는 곳’과 ‘조상을 기억하는 곳’이라는 의미가 함께 있다.
이런 형태가 일본 가정에 널리 퍼진 것은 에도시대와 관련이 깊다. 당시 각 가정이 특정 불교 사찰에 소속되는 단카제도(檀家制度)가 정착하면서 불교 의례와 조상에 대한 추모가 가정 안으로 들어왔고, 불단도 일반 가정에 널리 보급됐다.
일본에서는 가족이 사망한 뒤 장례와 추모 의례를 거치고, 이후에도 기일이나 오봉 같은 때에 불단 앞에 향을 피우고 꽃이나 음식을 올리며 고인을 기억한다.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가족을 추억하는 공간이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잘 보인다. 한국 역시 조상을 모시는 문화가 오래됐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일본식 불단처럼 상시적인 제단을 두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제사나 차례처럼 특정한 날 가족이 모여 제사상을 차리고 의례를 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중국도 조상 숭배 문화가 강하다. 전통적으로 조상의 이름을 적은 신주나 위패를 모시고 향과 음식을 올렸으며, 규모가 큰 집안에서는 여러 세대의 조상을 모시는 종족 사당(祠堂)을 두기도 했다.
결국 세 나라 모두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문화가 있지만 형태가 다르다. 중국은 신주와 종족 사당, 한국은 유교적 제사와 차례, 일본은 불교와 결합한 가정의 불단과 위패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역과 집안마다 차이가 있고, 현대에 들어서는 세 나라 모두 전통적인 방식이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불단을 처음 보면 화려한 금빛 장식과 공예 기술에 먼저 눈이 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고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단순한 불교용품이 아니라 집 안에 조상과 가족의 기억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에 가깝다.
앞서 본 히로시마 불단의 화려한 옻칠과 금박, 목공과 조각 기술 역시 이런 생활문화 속에서 발전해왔다. 결국 불단은 전통공예품인 동시에 일본 사람들이 가족과 죽음을 기억해온 방식이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