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흘려보내지 못했다.
나는 리더가, 리더 자리가 정말 싫다.
업무시작 전 아침조회시간, 직원들과 대판 싸웠다.
싸웠다기보다는 얻어 맞았다. 나는 찍소리 몇번 했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힘이 들어서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쁜 사장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데, 늘 나는 못된 사장이다.
직원들 의견을 잘 수렴해야지 하는데, 늘 의견은 불만이다.
그 의견을 수렴할 그릇이 되지 못해서,
내 의견을, 기존의 약속을 납득시키지 못해서,
이런 일에 마음 다치고, 해야할 일 마저 제대로 못해서,
나는 좋은 리더가 아니다.
어린나이에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았다.
리더의 자리에서 물론 동시에 팔로워이기도 했지만,
그런 형태에서 팔로워의 역할이란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당연히 잘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다가 지쳤다.
지휘견장을 빼는 날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소대원들이 더이상 내 새끼가 아니게 되는 일이 그렇게 섭섭하지도 않았다.
외출외박휴가 타령만 하고, 근무힘들다는 얘기만 하는게 속으로 못내 미웠다.
그래서 주던 정을 끊었었다.
시간이 지나 그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미안함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군생활을 더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함께 있는 동안 더 챙겨주지 못해서,
내 문제에 갇혀 그들의 아픔을 몰라줘서.
말라위에서 진행 중인 작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한국인 스탭으로서
본의 아니게 리더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단 한번도 바란 적 없지만, 그들은 나를 보스라고 부른다.
현지직원 10명중 9명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
새파란 동양인 여자애에게 보스라고 불러주니, 참 부담스럽고 민망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이, 상식이 아니다.
그래서 설명도 못하겠다.
국제개발협력분야를 일하는 분이라면 조금 이해해주실까.
일은 일대로 돌아가야하고,
사람들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 사람들의 개인사정도 중요하고,
시간도 돈도 한정적인데 해야할 일들은 많고.
한국에 있는 동안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교육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해야하는 일에 대한 총망라였다.
의사소통관리가 꽤나 중요한 파트였다.
사실이 그렇다.
의사소통은 기름칠이다.
각각의 기능들이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름이 없거나 부족해도, 혹은 많아도,
어떻게든 결과물은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어느 부분이 다치거나, 상하거나, 고장날 수 있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그 기름칠을 하는 작업이 너무 버겁다.
무슨 기름을 얼만큼 발라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기름을 칠하면 과연 정상적으로 기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의사소통관리를 더 잘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느냐
그런 것도 아니다.
겪어봐야 알고, 실수해봐야 알고, 울어봐야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란게 원래, 평생을 살아도 다 알 수가 없는거니까.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팔로워일 때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군생활을 마치고 봉사하던 교회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담당 목사였다.
말라위 봉사활동 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도
지부장이었다(이 사람도 목사였다).
두번 다 결정적인 문제는 소통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들어주지 못해서.
다음주에는 현지직원들한테 사과해야지.
아무리 납득하기 어려운 의견이라도 내가 리더로서 그렇게 반응하면 안되는 거였다.
아무리 보스가 나이 어린 여자라고 해도
조직 내에서 그들은 약자이고, 나는 권력자니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만은 안 하고 싶었다.
그냥 나 화난다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못해먹겠다고,
그렇게 하소연하고 싶었다.
"다시는 리더 따위 하고 싶지 않아"
라는 결론을 내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어떻게 더 나은 리더가 될까"를 고민하게 되어버렸다.
이번 일기는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