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한 상상입니다.
적혀지진 못 했지만 수태되고 한동안 그저 안온했을 겝니다. 달이 찬 것일까요? 스팀잇 세상으로 출산된 제 글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게 보입니다. 제 소견으론. 그렇다면 이 또한 생명을 지닌 유기체인가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글뿐일까요? 제 말도 매한가지입니다. 한 때는 질러놓고 수습할 방도를 몰라 언제부터인가 발화를 두려워만 하고 있으니까요.
세월에 묻혀 먼지가 될지언정 누군가의 글에 흔적을 남길 테니, 또 그 흔적은 또 다른 글에 흔적을 남길 테니 세상의 모든 글이란 글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유치한 용기를 냅니다.
아직은 호기심과 두려움의 극단만을 오갑니다. 귀여운 듯 바라보는 미소엔 환히 웃기도 합니다. 험상궂은 표정에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잡히는대로 입으로 가져가곤 인상도 쓰고 붙잡고 기우뚱 일어서선 세상이라도 정복한 양 흡족해 하지만 아직은 엄마 품을 떨어지질 못 합니다.
이 감흥은 세상에 나와서 부대끼며 배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갖고 나온 날 것 그대로의 그것들입니다.
조만간 걸음마를 떼겠지요. 그러고 나면 동네 놀이터도 나갈 겝니다. 예단은 이릅니다. 하지만 왠지 이 곳에선 그럴 것 같습니다. 흙장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뜻대로 안 된다고 짜증도 내겠지요. 동무들과 어울리고 학교란 곳도 가고. 또 치열한 사춘기. 열정과 좌절이 요동치는 청년기. 또 그 다음. 그렇게 제 글 마음이 이 곳을 살아냈으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글은, 제 글 마음은 그렇게 아직은 돐 전입니다. 오래도록, 참으로 오래도록 세상을 잠깐 둘러 보곤 안온했던 자궁이 그리워, 세상이 두려워 걸음을 돌렸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이 호기심을 압도하는 소심함 때문입니다. 어쩌면 엄마 품을 떠나지 못 하고 칭얼거리며 자라지 못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동화같은 상상을 하는 것으로 봐선 분명 그게 맞습니다.
이제사 보입니다. 분화되지 못 한 제 무의식, 타고난 그대로의 날 것들입니다. 의식되지 못 했으니 분화될 수 없었을 밖에요.
제 글에 마음이 있다면, 제 손 끝으로 세상에 나올 그 글들이 마음이 있다면 더 커가는 것을 보고싶습니다.
스팀잇은 멍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