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구와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가는 길이었다. 택시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구급차였다. 나는 구급차를 볼 때마다 사람을 살리는 차가 될 수도 있고, 죽이는 차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지키지 못하면 사람은 죽고, 지키면 산다. 물론 피해자와 가해자는 따로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도 있겠지만, 나는 저 엠뷸런스 안에서의 상황은 밖과 단절된 다른 세상 같이 보인다.
나는 친구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러 가던 중이었고 그는 구급차 안에서 생과 사를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구급차 소리가 들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에 그 형체가 드러나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저 사람은 분명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고 힘든 싸움을 홀로 견뎌내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며 약간의 죄책감이 수반됐다. 이질감과 완전히 다른 온도 차이를 느껴버렸다. 그와 나는 모르는 사이이고 앞으로 인생에서 마주칠 일이 있을까 싶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에게 닥친 일이 비단 그만의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급차에 그가 누워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누워있을 수도 있고 내 친구, 내 가족, 소중한 다른 이들이 타고 있을 수도 있다. 비록 저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자그마한 목소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견디시길.
2
분노조절장애 같은 게 있는 친구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진전되지 않으면 옆에 누가 있든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것은 그 친구에게 무색한 질문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분명 나에게도 무쓸모한 대답이고. 그럼 그런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일단 그 상태에 들어가 있는 친구에게 내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을 테니 스쳐 지나가는 편이 제일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데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나 스스로가 마인드 컨트롤 하는 편이 좋다.
애처럼 떼를 쓰는구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야. 화를 흘려보낼 때까지 기다리자.
그럼 만약, 그가 나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주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할까? 그럼 경찰을 불러야 한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그를 말로 타일러야 하지만 아마 말이 안 통할 거다. 그래도 대화가 소통 중에서 제일 중요하니 일단 시도는 해보는 거로 하자. 화를 흘려보내지 못한 상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에게 싸움을 걸어오기 전에 피하자. 애초에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내 주변의 그 친구는 아마 자신이 하는 행위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위협이라고 느끼는 것보다는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좀 한탄스럽기도 하고, 분위기가 불편해서 난 빠져 나오고 싶다. 배려가 없는 친구는 아닌데 가끔 그럴 때마다 아직 유아기적인 행동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3
요즘 '라이프'라는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 얼마 전 '라이브'를 보고 나서 정말 여운이 많이 남았는데 이 드라마도 그럴 것 같다. 초반부터 느껴지는 명작의 내음이 장난이 아니다. 내 머릿속은 지금 온통 라이프의 향이 돈다. 누구 하나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서로의 이기심에 의해 굴러가는 이 세상을, 현실적으로 잘 나타내어주고 있는 것 같다. 4화까지 보고 나서는 속으로 '그래, 이게 드라마지.' 했다. '미스터 션샤인'도 보고 있는데 조금 유치하게 느껴진다. 억지스러운 향이 좀 난다. 대사들도 그렇고, 작위적으로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명장면, 명언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 같은 기분. 그런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드라마는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그러면서 도깨비는 잘만 봤다지..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가 예전에 자신은 상업적인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한 발언 때문에 별로다. 그가 만든 드라마는 그런 발언을 배제하고 보려 해도 그런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억지로 볼 필요는 없으니 접는 걸로...
4
드디어 내일 여행이다. 정말 오랜만에 어디론가 떠난다. 아무도 날 모르고 나도 아무것도 모르는 곳으로 말이다. 인생이라는 걸 앞에 뭐가 닥칠지 모르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살아간다. 인생이 여행 그 자체이고 여행이 곧 인생인 것 같다. 내가 사는 삶에 대한 여정을 잘 이끌어 나가는데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조심히 재밌게 잘 다녀오자.
p.s 여러분 테이스팀 테러당하실 준비 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