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ㅡby.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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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어떤 향기와 함께 연상되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도록 남는 것이 후각이라는데 나는 이 향기 속에 나의 감정을 기록해 두곤 한다.

덕분에 잊고 있던 어느 날의 추억이나 다짐들 혹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의 감상들이 나의 코끝을 스쳐가며 되살아나곤 한다.

나는 이 책의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며 그 종이 냄새에 뜨거웠던 열정을 기록해 둔 적이 있었다.

24살에 나는 산티아고라는 젊은이를 알게 되었다.

24살 나는 고단했고 많이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됐건 청춘이었다.

20살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문학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다.

나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나의 신념이 역시나 들어맞았다고 생각했고 나를 더욱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활임에도 나의 대학생활은 늘 돈 걱정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3개씩 한 적도 있었으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20살이 되어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그저 기쁘고 감사 할 일이었다.

전기세를 3개월 못 내서 전기가 끊겨 한겨울에 동생과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여 그 물병을 끌어안고 잠들기도 했고, 버스비가 없어서 학교를 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쉬지 않고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항상 그렇게 가난했던 것일까.

삶의 회의감이 들었고, 그렇게 바라던 대학도 포기하고 나는 취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문직이 아니라면 할 일은 많았다.

시급3,300원에도 감사하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며 그래도 주말은 쉴 수 있어 나는 하루라도 빨리 취직을 할 걸 하는 후회마저 했던 기억이 난다.

1년째에는 알지 못했다.

함께 입학했던 동기생들은 아직도 풋내기였고 나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들보다는 좀 더 성숙하고 좀 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2년째 동기생들은 각자 적성을 찾아 학과를 선택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퇴하고 1년간은 자주 만나지던 친구들을 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았다.

3년째가 되자 뭘 해도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즈음에 산티아고를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이것부터가 나에게는 표지였던 것 같다.

서점의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고 나와 밤새 읽게 되었는지 정말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이 정해진 인연에 의한 것이라면 이 책 또한 나에게는 그러한 인연이었으리라.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노인의 한마디가 자꾸만 나의 귀에서 맴돌았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재입학이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더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전 재산을 앗아간 도둑에게서 세상은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크리스탈 상점 주인에게서는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사실 나 역시 크리스탈 상점 주인 같은 마음에 가깝다.

나는 늘 꿈을 꾸지만 실현 되었을 때 내게 다가올 변화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달랐다. 전에 만났던 왕이 예언해준 보물이 있는 피라미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천지만물이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과도 같다면 사막을 건너다니는 대상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던 산티아고가 영국인을 만난 것도 어쩌면 이미 예언된 표지였으리라.

이미 그 한참 전부터 산티아고가 양치기가 되게 하고, 똑같은 꿈을 계속해서 꾸게 하고, 아프리카에 가까운 도시로 가게하고, 광장에서 늙은 왕을 만나게 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리게 하고, 크리스탈 상인을 만나게 하고...

나이가 이백살이고 어떤 금속이든 금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그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해 짐보따리를 든 청년 영국인을 만난 것도 모두가 산티아고의 꿈을 실현하게 해줄 조력자의 표지였던 것이다.

사람이 어느 한 가지 일을 소망할 때, 천지간의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뜻을 모은다는 것을 산티아고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산티아고의 길 위에서 조력자가 되어 주는 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산티아고는 꿈을 꾸었고, 늙은 왕을 우연히 만났고, 크리스털을 팔았고, 사막을 건너왔고, 부족들이 전쟁을 선포했고, 연금술사를 찾아 그 우물가에 갔다.

그 우물에서 파티마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고 피라미드의 보물 따윈 얻지 않아도 된다고 사막에서 파티마와 정착하여 살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유혹은 그저 천지창조의 한순간인 모래 알갱이 하나에 불과했고,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역겁의 세월처럼 파티마는 기다림을 약속하며 산티아고를 다시 사막에게 보내 주었다.

만약 파티마나 산티아고 어느 둘 중에 하나라도 돌아오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 산티아고의 도전은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었을지언정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파티야 역시도 조력자가 될 자격이 있겠다 싶기도 하다.

산티아고가 결정적으로 피라미드에 도착해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 연금술사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나는 최근에 가장 고민했던 것이 종교를 갖는 부분이었다.

24살에 가졌던 고민은 그저 나 자신을 위한 자신감을 갖고 싶었고 인생의 전환점을 갖고 싶었기에 멘토의 기능으로서 연금술사를 마주했다면

31살에 나는 나와 함께 하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갈 내 아이들을 위한 멘토가 필요했다.

황량한 사막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을 내 아이들에게도 연금술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24살때는 그저 인간 내면의 자아의 실현에만 초점이 맞춰지던 것이 종교까지 아울러 생각하게 되다니...

책이라는 것이 같은 내용임에도 읽는 이의 처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게 천지 차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31살 지금에 와서는 어려운 과제만 더 쌓인 기분이다. 답을 내리지 못했다.

나는 이제 이 책을 내 영혼과 더불어 내 아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는 한 사람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사실은 선물이라기보다는 신의 손길 아래 항상 자애로운 그 사람에게 이 책의 해설을 부탁한다는 편이 더 낫겠다.

선택은 항상 나의 몫이리라. 하지만 어떤 선택이던 간에 이는 사슬처럼 연결되어 하나도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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