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전 오늘,
지금 이 시각
나는 밤새 진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 한채 아침 여섯시부터 다시 유도분만을 시작하자는 말을 되새기며 지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금 촉진제를 투여했다.
우리의 아가는 이제 곧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엄마의 배를 지진이라도 일으킬 생각인지 밤새 엄마의 배를 찼고
나의 침대 밑에서 계속 깼다 잤다를 반복하며 나에게 진통 어플을 진지하게 추천해주는 남의 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인생은 혼자기에 슬프지 않았다.. 그는 졸렸으리라)
아마도 저녁 쯤에나 나올거라는 오늘 안에는 나올거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가장 격렬히 아파오던 그 적절한 타이밍에 무통 주사를 맞은 후 신랑을 집으로 잠시 보냈고 그 후에 간호사는 바로 들어와 신랑을 찾았더랬다..
이제 막 장모님의 집에 도착해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참아왔던 大.. 것을 배출하고 있던 그는
(나도 그 순간 열달동안 참아왔던 아주 大.. 것을 배출하려 애쓰던 중이었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다)
당장 오라는 나의 청천벽력(?)같은 호통을 들은 후에 미처 변기의 물도 내리지 못 한채 자신의 부모님에게 후처리를 맡기고 헐레벌떡 택시를 잡아 집에 간지 삼십분만에 다시금 달려왔다.
전날부터 이어진 진통 내내 조는 모습을 보이던 남의 편이 분만실에 들어온 그 순간에 나는 다리를 위로 올리고 손을 다리에 받친 채 마지막 힘주기 연습을 하고 있었고 정말 그 화장실 가고 싶은것만 같은 그 천만 대중 앞에서 화장실 마려 죽을 것만 같은 그러한 이상야릇한 고통을 느끼며 힘을 주고 있었더랬다.
그 순간 얼마나 급박했으면 그 사람은 졸지 않았다..
(항상 나랑 있으면 졸린 사람이다..)
그렇게 언제나 졸린 그 분에게 그 얼굴 터질듯한 연습을 오분인가 십분 정도(더 짧았을지도 모른다. 체감 시간은 길었지만) 보여준 후 간호사는 그를 나가게 했고 나는 본격적으로 얼굴이 터져버릴 듯한 아래에 힘을 주는건지 위에 힘을 주는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무작정 힘주기를 하고 있는데,
오른쪽에 하얀 가운을 입으신 익숙한 남자분이 언뜻 내 시야에 비쳤고, 나는 "힘이 없어요!!!"를 외치며 도대체 언제까지 더 힘을 줘야 하나 절망하려던 순간, 간호사의 한마디가 들렸다. "거의 다 됐어요!!!"
나는 얼굴이 터져나가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이 세상에서 최대 큰 변비만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는 심정으로 '제발~~~~!!'이라는 심정으로 내 몸이 부서져라 힘을 주었고 그 순간 천국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내 귀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힘 빼세요!!!! !! !!!"
...???!!??
그 순간 드디어 이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천국의 목소리에 따라 후~하고 전신에 힘을 줬던 긴장을 어렵사리 풀었고
무언가 미끄덩~하는 느낌 후에 기억은 아련하지만 그 뒤에 엥~하는 소리가 들렸던듯 하다.
온몸엔 힘이 빠지고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이 상황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어리벙벙해 멍하니 누워있는 나에게 무언가 따뜻한 묵직한 것을 내 오른쪽 품에 안겨주었고 그 묵직하고 따뜻한 것은 나의 나오지도 않는 젖을 눈을 감고 빨기 시작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여기는 알던 세상인가
아니면 천국인가...
신랑을 꼭 닮아 나온 하얀 아기..(나는 까맣다)
너는 나에게 지금 죽어도 좋을만큼의 강렬한 행복을 선사해주었지.....
나에게 찾아온 천사는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오늘 두돌이 되었구나...
이런 천사가 나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
이제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하는지 항상 의심해왔던..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 항상 의심해왔던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그 사람과 똑닮아 나온 천사같은 너...
부족한 나를 엄마라 불러주고
아빠는 유모차 밀지 말고 엄마가 밀라고 자꾸 뒤를 돌아 엄마 손인지 아빠 손인지 확인하는 너의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
이 세상에 많은 엄마 중에 나를 엄마로 택해주어서
엄마는 너무나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럭무럭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그렇게 성장해주길 바란다.
생일을 축하한다.
나의 하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