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실 나에게는 그렇게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번 쯤 볼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참신해서 기억에 남았다.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첫 장면에 주인공의 환경, 직업, 가족 관계 등의 정보를 제시하는 반면 이 영화는 공연을 보는 마르코와 베니그노의 행동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마르코와 그런 마르코의 감정에 공감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베니그노.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것이 사랑을,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를 압축해서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코는 사랑하는 사람인 리디아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신이 그녀에게 행복을 줄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러나 베니그노는 알리시아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여 결국 마지막에는 ‘강간과 낙태’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평소에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주인공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정보보다 한 가지 정보라도 인물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서 ‘낙태’라는 말을 잠깐 언급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알리시아가 강간을 당하고 낙태를 하는 부분에서 ‘사랑’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심각한 사건을 너무 미화하여 나타낸 것 같아 살짝 불편했다. 냉정하게 보면 알리시아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연인도, 배우자도 아닌 사람에게 강간당하고 임신까지 했다. 이것은 충분히 알리시아의 앞으로의 삶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단지 충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이에 대해 아무런 진실도 알리지 않고 둔 것은 잘못됐다. 물론 알리시아가 사실을 알고 나면 영화가 급작스럽게 비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한 여자의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사건을 흐지부지 넘겨버린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건 이후 베니그노의 이야기 또한 지나치게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한 여자를 강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랑이라 주장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베니그노의 태도는 충분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지적 능력이 약간 모자란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몰아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대놓고 베니그노를 옹호하지는 않지만 ‘이런 마음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비록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감정은 안 좋았지만 중간 중간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었다. 이미 언급한 첫 장면도 그렇고 베니그노가 알리시아를 강간하면서 말한 영화에서 작아진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중요 부위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베니그노의 심리가 잘 나타났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베니그노는 그 방법을 통해 알리시아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전체적인 감상은 ‘아름답게 미화된 막장드라마’를 본 것 같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랑은 일반적인 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했음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것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취향에 그리 가깝지 않았지만, 작품성은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