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바토리가 젊은 여자의 몸을 갖기 위해 젊은 여자의 피를 마시고 그 피로 목욕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렇듯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육체’를 원한다. 대개는 그저 부러움에서 그치지만 이따금씩 자신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끔찍한 짓도 불사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결국 참혹한 결과를 낳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겟아웃>이다.
주인공인 크리스는 백인 여자친구 로즈를 둔 흑인이다. 어느 날 크리스는 로즈의 본가로 함께 놀러가기로 한다. 로즈의 가족은 모두들 친절하고 유머러스했다. 백인우월주의를 가진 다른 백인들과 달리 가족들은 집에 흑인 하인을 둘 정도로 흑인을 거리낌 없이 생각한다. 어느 날, 로즈의 친척들이 할아버지의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모두 모인다. 친척들 역시 재치 있고 상냥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크리스는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로즈의 가족들의 태도에서 찜찜함을 느끼고 로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가족들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를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점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것 치고는 내용이 꽤나 잔혹했다는 것이다. 크리스가 가족들과 사투하는 장면이나 중간 중간, 청소년이 관람하기에는 너무 과한 듯 한 액션이 등장한다. 그래서 비록 관람 연령은 15세부터지만 잔인한 것을 못 보는 사람이라면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따로 해석을 찾아보았는데 그제야 좀 이해가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예고편에도 등장했던, 정원 관리사가 크리스를 향해 마구 달려오는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주인공을 위협하려는 의도거나, 대사에 나온 것처럼 운동을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굉장한 복선이었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짧은 장면이 이후 내용을 암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겟아웃>은 ‘할리우드의 <곡성>’이라 불린다. 영화 초반부에는 의아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곡성>을 봤던 관객들은 영화 속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집에 와서 해석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해석을 보고 나서야 영화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겟아웃>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본 직후에는 그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단순한 인종차별 영화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집에 와서 해석을 찾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모든 장면 하나 하나에 복선이 깔려있다. 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석을 찾아봐야 한다.
영화의 여운이 강력해서 친구에게 무서웠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귀신 나와?’라는 답장이 왔다. 잠시 생각하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나온다고 보냈다. 누군가 그랬다. 침대 밑에 귀신이 있는 것과 사람이 있는 것 중 어느 게 더 무섭겠냐고. 귀신의 원한보다 무서운 건 ‘더 잘 살고자’하는 사람의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