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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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예상했던 일이 생각보다 빨리 갑자기 훅 들어오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런 오늘 하루,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키워드들이 있다.

자유

월드와이드웹 WWW를 만든 팀 버너스 리 경은 바로 그 하나 때문에 이 거대한 온라인 세계를 온 세상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그 세계의 일부인 스팀잇 역시 자유를 빼고는 가치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스팀잇은 자유로운 곳이며 따라서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공정

언젠가는 그들이 올 거라 생각했었다. 누군가 문을 제대로 열면 그들 모두가 앞다투어 올 거라는 예상은 kr 커뮤니티에 발을 들여놓을 때 이미 했었다. 그리고 kr 아니 한국 사회의 특성상 그들은 열렬한 환영과 지지를 받아 손쉽게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것을.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명성도 70은 한국 사회에선 프리패스이며 더블오 면허나 다름 없으니까. 그게 우리나라만의 일이겠느냐 하는 분들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나 브래드 피트가 왜 유튜버로 활동하지 않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kr이 아닌 다른 나라 커뮤니티 상황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내 검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명성도 70에 해당하는 스티미언은 보지 못했다.

슈퍼스타K에 나갔는데 같이 뛰는 선수가 박효신에 아이유 같은 이 상황은 내 예상보다 너무 이르게 일어났다. 무서운 건 이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겹치는 분야가 아닌데도 전의를 상실할 정도인데 같은 종목에서 뛰어야 하는 분들은 속깨나 끓을 일이다.

공생

오프라인 세계의 명찰을 달면 그래도 최소 한 명은 더 팔로워가 늘어날 지 모른다. XX에서 XX를 연재한 XX입니다. 작년에는 소설 XX와 XX를 냈었죠. 지금은 프랑스에서 XX를 준비 중인데 아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오프라인에서의 명성도도 이곳과 그리 다르지 않기에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XX 공모전 X회와 X회에서 수상했습니다. 해외에서도 한 번 수상했죠. 이렇게 깔아놓고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위한 글쓰기 같은 걸 연재할 수도 있겠다.

구차하다. 한 줌 안 되는 알량한 경력으로 내 가치를 더 올리겠다는 건가? 언젠가 댓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곳에는 나보다 잘 쓰는, 사람들이 더 좋아할 글을 쓰는 분들이 많다. 내가 아는 분만 벌써 몇 분이고, 내가 모르는 분들 중에도 많을 것이다. 그들과 절차탁마하는 데 자신을 치장할 무언가는 필요없다. 문학적인 글만이 아니다. 사진, 그림, 음악... 크리에이티브한 포스팅을 올리는 모두가 그렇게 해 왔다. 지금까지는.

나는 지난번 스팀파워 500을 충전하기 전부터 단 한 번도 셀프보팅을 한 적이 없다. 가입 후 뭣 모르던 시절 해 오다가 스파 충전 전부터 그만뒀다.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내 보팅 파워로 다른 누군가의 꿈을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릴 수 있었던 피라미의 스파 같은 운이 따르지 않은 탓에, 이곳에서 새롭게 용기를 낸 누군가의 '전업 크리에이터로의 꿈'을.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인이 좋아요 1만 개 받고 나는 100개 받아도 그렇게까지 억울하진 않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른 것 같다. ㅆㅍ 뻘글 10개 올리고 셀프보팅이나 해야지. 고래 따라다니면서 보팅 구걸이나 해야지 나부터 이런 생각마저 든다. 돈이 걸리면 사람이 이렇게 편협해진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이건 쓰나미 1파에 불과하다.

나는 아직 kr-join을 쓰지 않았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명성도 70을 찍으면 그때 써 보려 한다. 그 날의 스팀잇이 스타를 배출하는 스팀잇일지, 스타를 영입하는 스팀잇일지는 나도 모르겠다.

번뇌의 날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