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조건 서평을 먼저 본다.
서평은 이 책을 읽어 볼지 말지를 결정할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서평에서 주로 보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두께와 글자 간격이다.
책이 얇고 글자 간격이 넓은 책은
완독의 자신감이 올려준다.
베스트 셀러를 검색하다가
오늘의 추천 책으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보았다.
이 책도 서평을 찾아 보았는데,
보노보노 그림이 꽤 보였다.
왠지 완독을 할 수 있을 듯하여 읽어보기로 했다.
보노보노라는 캐릭터는
개그콘서트의 ‘조별과제’라는 코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도라에몽과 보노보노,
둘다 파란색이라 같은 애들인 줄 알았다.....)
보노보노는 조별 과제 속 ppt에서
주인공 같은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 코너를 보고 있으면
ppt 실력에 한번 놀라고,
ppt 속 보노보노 활용(?) 아이디어에 또 놀라게 된다.
네이버 백과로 보노보노를 찾아보니
보노보노의 성격과 만화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보노보노의 1986년 이미지가 있는걸 보면
‘아기공룡 둘리(1983년)’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1 (p.6)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프롤로그를 보면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살면서 제일 힘든 건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관계를 맺으면 힘들고, 피하면 외롭고..
육아도 어찌보면 사람과의 관계라서
힘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관계에 대해 보노보노와 친구들,
그리고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2 (p.13)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
대부분의 위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옆길로 샌다.
애써 다독이다가 어느새 잘난 척을 하거나
(“세상엔 그거보다 힘든 일도 많아.
사는 건 원래 어려운거야” 류)
참고 듣다못해 결국 꾸지람을 하고
(“야! 그만 징징대! 지겨워 죽겠네, 정말!” 류)
역으로 신세 한탄을 할 때도 있다
(“너만 그런게 아니야.
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니? 엉엉” 류).
관계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지는 일로 완성되거늘,
우리는 정작 타인의 마음을 위로할 줄도 모른채
관계를 맺으며 산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위로라는 걸 해주지만
결국 그 상황과 비슷한 나의 얘기를 더 많이 하면서
내가 나를 위로했던 것 같다.
김윤아의 ‘말 그릇’ 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들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해준다.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것은 사실 그들의 말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대답을
함께 찾아보는 대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말을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해준다...
맞는 말이다.
요즘은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어림짐작으로 조언하지 않으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말 한마디로
괜한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
작가는 글 마지막에
“그동안 나는 그저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가장 많이 위로받았다.
진정한 위로는 내가 받고 싶은 위로다.”
라고 말한다.
어쩌면 진정한 위로는
작가의 말처럼 무언가 말을 해주기 보다는
옆에서 묵묵히 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3 (p.31-33) <친구가 되는 방법>
매일 쓸데없는 짓만 벌이는 것 같은
보노보노와 친구들에게도
그들만의 관계 유지의 기술이 있다.
그건 상대라는 존재를 ‘그러려니’하는 마음이다.
보노보노는 너부리의 괴팍함을 그러려니 하고,
포로리는 보노보노의 소심함을 그러려니 한다.
서로에 대해 호기심은 가질지언정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
애초에 상대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쟨 왜 저래?’가 아니라
‘쟤는 원래 저런 애’라는 인정이
그들의 우정 안에는 존재하기에
오늘 싸우고도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어울린다.
(중략) 관계에 있어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선하게 받아들여주는 마음이 아닐까.
첫째녀석이 말썽을 부리거나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가끔 ‘얘는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내 생각이 맞다는 합리화를 위해
내뱉는 말이 아닐까.
‘상대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와 닿았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단면만을 보고
또는 누군가를 통해 얘기만 전해 듣고
내 식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알고보면 세상에
완전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을텐데 말이다.
#4 (p.41, 44) <미움받을 용기>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는
그만큼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는 데에도
그만큼 확실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도 없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만
좋은 관계를 누릴 수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좋아해줄 것 같지 않은 사람을
원망하며 우울해하기에는
인생이 억울하지 않나.
나에게 내 마음대로
누군가를 미워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그도 그 마음대로 나를 미워할 권리가 있다.
#5 (p.118-119)
인간의 노동력을 환산한 값이
월급이라고 하지만
과연 월급에 노동력만 들어 있을까.
마음에 안드는 후배도 참고 넘기는 인내심,
상사의 썰렁한 유머에도 웃어주는 서비스 정신,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할 줄 아는게 많아도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깨달음,
나만 회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회
사도 나를 싫어하고 있었다는 반전......
이 모든 것 한 달치 분량을
꾹꾹 눌러 담은 게 월급 아닌가.
특히 그 안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지구력이라는 사실은 쓰라리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월급은 단순히 일에 대한 대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하면서 상사에게 혼나거나
동료와 문제가 있을 때에는
‘내가 이러면서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월급에 관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리 먹어야 겠다.
요즘 취직도 어렵다는데..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잘 다녀야 겠다.
#6 (p.221)
상처를 말하는 사람보다
말하지 않는 사람이 더 진짜 같다.
상처받았다고 돌려서 이야기 하는 사람보다
그때는 속상했다고, 기분 나빴다고
아이처럼 털어놓는 사람이 더 진짜 같다.
자기의 진심을 포장하고, 상처를 핑계로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마음은
영리하지만 비겁하지 않은가.
상처는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마음 상하고 나서
“나 상처받았어”라고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사람 역시
상처받을 수 있다.
그래서 관계인 거다.
관계는 두 사람이 만드는 건데
왜 상처받았다고 믿는 사람은 늘 한 사람일까.
상처를 주고도 상처받을 수 있다.
상처를 받고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상처를 받은 입장에서는
‘나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처를 주는 입장에서도
상처를 주면서
맘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녀석이 잘못을 해서 화를 내더라도
내 마음이 아픈 것처럼..
상처는 주고 받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보노보노 만화가 보고 싶어진다.
만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만화도 어른이 만든 것이기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동심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어른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어있는 것 같다.
By @gom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