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질 듯한 기미를 보였던 딸아이의 배는 기어코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됐다.
월요일 저녁!
배가 아프다던 딸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동네 내과를 다녀왔다.
장염이 살짝 온 것 같네요.
혹시 모르니 계속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하면 맹장일지 모르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
약을 먹고 약기운에 살짝 잠이든 둘째는 새벽에 한차례 화장실을 다녀오곤 별 일 없이 잠자리에 들고 일어났다.
채민아 배는 좀 어때?
어제보다는 괜찮은데 아직은 조금 아퍼
그래도 아이의 얼굴이 좋아보이기는 해서 다행이었다.
혹시 몰라 일단 학교는 하루 쉬는 것으로 했다.
나는 회사에 가서도 둘째에게 몇 번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매번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월요일, 화요일이 지나고 다행히 수요일에는 학교에 등교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채민이가 배가 아파서 조퇴를 했어. 아무래도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진료받고 바로 전화줘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온 아내
채민이 맹장이래, 여기서 소견서 써서 보내준다고 하네.
아이고 어떻하냐
월요일엔 저녁이 늦어 평소다니던 병원이 아닌 야간진료를 하던 내과를 갔었는데 그게 실수였나 싶기도 하다.
낮이라 평소에 다니던 병원에 들려 진찰을 받아보니 채민이가 맹장이 조금 아래쪽에 있어 파악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장염이면 배전체가 아프지 맹장처럼 한 곳을 누르는 경우에만 아픈게 아니란다.
그렇게 소견서를 받아들고 아내와 둘째는 집앞 카톨릭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올해 카톨릭성모병원이 구파발에 크게 개원을 했다.
평상시면 강북삼성으로 갔을텐데 놀란 아내가 운전을 하고 가기에는 그래도 겁이 났을것 같다.
이렇게 문제(?)생기면 항상 막내 어린이집 하원이 문제다.
아내는 하원을 좀 늦게 해달라고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고 나는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일찍 회사를 나왔다.
집에 가기전 딸아이 얼굴이라도 보고 갈까 응급실에 들렸더니 그래도 밝은 얼굴로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다.
그래도 금방 아빠를 보니 눈물을 글썽! 글썽!
채민이 완전 씩씩하네,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고 금방 끝나는 거래
괜시리 더 있어봤자 아이가 더 힘들 것 같아 아내에게 자리를 맡겨두고 자리를 떴다.
집에 가서 하원차량에서 막내를 받고 큰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이고 밤새 있어야 할 아내에게 여러가지 짐을 갔다 주러 집을 나섰다.
밤 10시!
11시부터 수술이라는데 앞에 수술이 밀려 있어 그것도 11시 되어봐야 자세히 안다고 한다.
무엇이든 기다리는 초조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또 아이들을 봐야 하니 금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수술실 들어갈 때 전화하고 끝나고 나면 바로 전화해
집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식탁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키고 이래저래 심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빠 지금 수술 들언간대 채민아 아빠!
아빠
응 채민아 걱정하지 말고 잘 받고 와. 그럼 이제 안 아플거야. 아빠가 기도하고 있을게
네
그렇게 전화로 아이를 수술실에 보내고 다시 또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길게 잡으면 세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통화를 한 후 한시간 반후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끝났어?
웅 끝났는데 채민이가 아빠를 찾아
알았어 내가 빨리 갈게
자는 큰녀석을 깨워 설명을 해주고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해 수술실앞에 잠시 있으니 둘째가 침대에 실려 아내와 함께 나왔다.
아직 마취에 취해 크게 울지도 못하고 인상을 쓰며
아파 아파 그만 그만
하는 녀석을 보니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거린다.
아내는 벌써 눈물 꽤나 쏟았나 보다.
지난주 산책할 때 무슨일에선지 이야기를 하다 둘째가 통곡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고 잘 때 아빠랑 안고 자고 싶고 하단 말이야
아이에게 너무 내 기준에 맞춰 대한 것이 아닌가 당시에 많이 생각을 했고 아이를 껴안고 많이 사과를 했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니 마음이 더 아팠는데 아내가 하는 말에 더 가슴이 아프다.
채민이가 수술실 나오면서 먼저 했던 말이
엄마 아파서 미안해요
라고... 그리고
어디 안가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ㅠㅠ
그래 그간 너무 우리 기준에 아이들을 맞출려고 했던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 우리고 맞추고 맞춰야 하는 것이 우리일텐데...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굳이 겪지 않았으면 될일을 겪게한 것 같아 아내나 나나 마음이 편치를 않다.
수술 후 다행히 잘 회복을 하고 있어 오늘 오후에는 퇴원을 할 예정이다.
둘째는 아팠던 기억은 잠시 잊고 지금은 엄마가 아빠가 어떠 맛있는 것을 사줄지 어떤 선물을 사줄지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채민이에게는 크나큰 고통의 시간이었겠지만 잠시 오빠나 막내 틈바구니에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제 퇴원하라는 것을 사정을 얘기하고 하루 더 입원을 했다.
채민아 건강하게 아프지 말고 자라자.
아빠가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그리고 별탈없이 잘 일어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