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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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예술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 외부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하는 작업(예술)을 아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거짓은 오히려 쉽게 외부에 알려지기 마련이다.

"나는 음악에 목숨 걸었어!"

마치 '북두신권'같은 오래된 마초순정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다. 마초순정만화란, 강한 사내(마초)를 동경하는 여리고 순수한 남자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만화를 말한다.

그가 이 '대사'를 만화가 아닌 현실에서 내뱉었을 때, 그저 자신의 '순수함'을 외부에 알리고 싶은 '순수함'이었더라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신보다 약한(권력, 성별, 나이) 사람의 태도를 꾸짖기 위해 이 '대사'를 내뱉었다. '나는 음악에 목숨을 걸었는데 너는 아니다. 그러므로 너는 나에게 혼나야 된다.'는 의미였다. 이 권력지향적인 말이라니.

어떤 인간들은(특히 수컷)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내세우고 그 권력을 확인하기 위해 '연기'한다. '나는 음악에 목숨 걸었어'라는 그 말은 연기자가 말하는 대사다. 간혹 매우 드물지만 그 '연기'를 무척 잘하는 인간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인간들처럼 연기를 잘하지 못했다.

음악에 목숨을 걸었다는 그의 처량한 대사(꾸짖음)는, 목숨 걸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과 무의식만 외부에 드러내고 말았다. 실제로도 그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보다 약한 그 사람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고 꾸짖은 것은, 그 약한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열심히 음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욱 좋아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의 겉모습'을 더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이 주체가 아닌 객체라는 뜻이었다. 객체적 인간은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때문에 그런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태도'를 중요시한다. 음악의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외우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휴대폰에 들어있는 음악을 뒤져보면서 함부로 상대방의 음악 내공을 '평가'하는 식이다.

아마추어였던 또 다른 한 인간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을 꾸몄다. 그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의 겉모습을 좋아했다. '아마추어리즘'은 그런 자신을 가리기 위해 딱 알맞은 단어였다. 정말로 음악(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음악(예술)을 좋아한다는 말 같은 것은,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때로는 이런 '허영'이 자신의 예술작업을 집중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허영이 담긴 연기는 좀 더 세련되고 능숙한 '연기자'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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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인간'은 나쁜 의미, '사람'은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