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생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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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 생일입니다.”

어떤 술자리였다. 그가 갑자기 나타나 마침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별안간 이 말을 던졌다.

그 자리에 있던 아무도 그의 생일을 묻지 않았다. 대화의 주제는 생일과 관련이 없었다. 나는 그의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른다. 그와는 이 공간에서 몇 번 스쳐 지나며 마주쳤었다. 그에 관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고는 그와 ‘아는 사이’는 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결이 다른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과는 친구는커녕 어색한 인사라도 주고받는 '아는 사이'조차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허공에 벌컥 뿌려진,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그 말에서 음습하고 눅눅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그 기운은 나를 순간 굳어 버리게 만들었다. 그 감정은 불쾌함이 아니라 일종의 공포였다. 나는 이 세상을 혐오하므로 나의 생일을 싫어한다. 나에게 있어 생일이란 나의 어머니가 커다란 고통을 겪은 날이다. 그 고통의 대가가 나다. 생일은 친구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보내야 한다. 어머니의 고통을 위로하고 혐오스러운 이 세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날이다.

친해지고 싶은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자신의 생일을 알리는 것은 자신의 외로움을 남에게 간곡히 알리는 일이다. 그것은 비참한 일이다. 나는 절대로 그런 불쌍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여리고 불쌍한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 아니라 공포인 것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꽤 비겁한 일면이 있는데, 그것은 '불쌍한' 사람에게 연민이나 동정의 마음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을 가련하게 여기고 그 심정에 공감하기보다 나도 혹시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두려움을 혐오로 위장한다. 두려움보다 혐오가 더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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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 생일 1-1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