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게'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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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답게' 혹은 '남자답게'라는 말,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특히 수컷 사피엔스는) 이 말의 뜻을, '호방하다', '시원시원하다', '아량이 넓다' 같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답게'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이 뜻대로 '남자다운' 경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말을 '쪼잔하게', '속좁게', '무식(무지)하게'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말은 측은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말은 '객체적'이다. 주체적이지 못하다. '남자답다'는 말은 '여자답다'라는 말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남자답다는 것은 여자답지 않다는 말이다. 철저히 피동적인 말이다. 또한 남을(여자를) 낮춰야 자신이(남자가) 높아진다. 스스로 홀로 서지 못하는 말이다. 남들과의 관계로만 자신을 나타낼 수 있다.

둘째, 이 말은 '집단적'이다. '나'라는 개인이 없다. 남자라는 무리에 속해야 안심한다. 무리 뒤에 숨어서 그 무리의 힘이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한다. 집단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 말을 사용한다.

셋째, 이 말은 '권력지향적'이다. 세상은 여전히 '백인남성이성애자'가 가장 높은 권력을 쥐고 있다. 자기 스스로 '형은~', '오빠는~'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동생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형이나 오빠가 더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남자라는, 높은 권력에 속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말이다.

넷째가 가장 측은한 이유다. '남자답게'라는 말을 즐겨 쓰는 사람은, 실은 그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이 가장 결핍되어 있다. 그리고 여자 같다는 말을 두려워한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와 여자 같은 남자아이를 괴롭히고 따돌린다. '여자 같다'는 말은 공포감을 준다. 자신이 여자 같다면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남자답다는 말은 그 공포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는 방패가 된다.

칼 융은 자신의 무의식(특히 결핍된 그늘)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워서 의식적으로 집착하는 콤플렉스를 '그늘의 투사'라고 말한다. 남의 단점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을 남에게 뒤집어 씌운다. 자신이 비난하는 남의 결점은 실은 자신의 결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욕망하고 갈구한다. '남자다움'이 결핍되었다는 사실을 남에게 숨기기 위해, 그리고 결핍된 '남자다움'을 욕망하는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자답게'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사용하며 자신에게 투사한다.

그들은 남자다움을 욕망한다. 남자다움은 자신이 갖추지 못한 결핍이다. 그리고 남자다움을 욕망한다는 것은, 타인을 낮추고 괴롭혀야 자신의 자아가 높아지는, 비열한 마음의 그늘이다.

'남자답게'라는 말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