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덜기] #2, 일단락.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yeonhage(47)
Published in
#busy
Words
465
Reading
3 min
Listen
Play
8y

일단락. 끝맺음과는 다른 끝나지 않았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끝맺음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을 떠났던 것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 부질없는 희망의 한 조각을 붙잡고서 일단락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그런다고 해서 떠났던 것들이 내 마음처럼 돌아오지는 않는다. 삶은 부조화를 원하는지 바람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길 강요한다.

오랜만의 주말 비번이다.
급하진 않지만 해야할 일은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좁쌀보다 작아 가끔 하나씩 하곤 한다. 혹은 갑자기 멀쩡해져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몰아쳐서 해버린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은 많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걱정말고 그냥 하면 된다'고 하겠지.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다만 그 현실에 안주하고 기대고 있는 나 자신도 있을 뿐이다. 길을 잃은 채로 뱅뱅 헤매인다. 시간에 쫓기진 않으니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보낸다.

늘어질대로 늘어졌는데 시간을 지켜야 할 일이 생각이 났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또 이럴 때는 기분이 상쾌해져서 날아갈 것 같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니 온 몸을 감싸주는 니코틴이 나를 또 깊은 수렁으로 인도한다. 시간을 지켜야 할 것은 로또 구입하기. 남들이 들으면 웃을 수 밖에 없겠지. 나간 김에 저녁이라고 샌드위치에 우유를 사왔다. 방 안에 굴러다니던 컵라면 하나 먹고 계속 굶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왔던 무한도전의 일단락 소식. 이제 무한도전은 오늘, 그리고 다음주의 방송을 끝으로 나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즐거움을 주었던 하나의 방송이 사라진다. 일드를 보는 것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다 부질없다 느끼고 열정이 사라진 채로 그나마 챙겨보던 무한도전이 끝난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는 좀 큰 충격이다. 그들은 일단락을 말했지만 끝맺음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공존한다.

종영을 알리고 남은 방송 3주에 아이템이 애매했건만 그걸 또 살려냈다.
이번 주에는 조세호가 오대산 월정사에 가서 묵언수행을 하고 왔다.
묵언 수행은 말을 함으로써 생기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함이다. 당연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어렵기 때문에 단순하게 말을 하지 말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묵언 수행의 진정한 의미는 생각을 줄이고 필요한 말을 하기 위한 것에 있다고 한다. 누군가 '단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단 것을 줌으로써 행하는 것이다. 물론 말로 설명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저 주면 되는 쉬운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할 뿐인 것이다. 묵언을 수행하기 위해 행한 다짐이 벌을 받지 않기 위한 행위가 된다면 어리석은 것이다. 소원을 적어 산책을 가는 장면에서도 스님은 일침을 날린다. '적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이에요'
결국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야할 말은 하고, 하지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묵언의 교훈이다.

어느덧 3월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해낸 일도 없이 3개월이 찰나처럼 지나가버렸다. 스물 이전까지는 1년이 정말 길었다. 그러나 그 후로 한 살, 또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똑같은 1년이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만 급해서 허둥대고 있다. 그럴수록 이루어지는 일 또한 줄어들었다.
그저 해야할텐데. 오늘도 역시 잡생각만 많아지는 하루이다.

지금 여기 내 삶에 충실해야 내일 다시 시작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누구나 다 고민하는 질문에 해답보다는 행동이 더 필요한 것이겠지.

언어와 상관없이 진리는 하나구나.
End & And. 끝맺음과 일단락.
Just do it. 그냥 할 뿐.
Now & Here. 지금 바로 여기. 현재에 충실하라.

[y-img] intro.jpg

오늘 빵 터진 스님의 한 마디.
뭔 돌아이같은 소리를 하는거에요.

[생각덜기] #2, 일단락.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