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성을 둘러보다 보면 니노마루 한쪽에서 유난히 기울어진 유칼립투스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이 나무 역시 1945년 8월 6일 원폭을 직접 맞은 피폭수목(被爆樹木)이다. 당시 폭심지에서 약 740m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피폭 직후 나무 전체가 검게 그을린 모습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강한 열선과 폭풍으로 나무의 한쪽이 크게 손상됐지만, 나무는 죽지 않고 계속 자랐다. 피폭으로 손상된 부분과 반대쪽의 생장 상태가 달라지면서 줄기의 형태도 비대칭적으로 변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독특한 모습이 남게 됐다. 나무는 원래 빛을 향해 자라는 굴광성과 중력에 반응해 성장 방향을 조절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중력의 기능이 사라져서 위로 자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피폭으로 인한 조직 손상과 이후의 비대칭적인 생장이 현재의 형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나무는 원폭만 견뎌낸 것이 아니다. 1971년 태풍으로 줄기 중간이 부러지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후 다시 싹을 틔워 생장을 이어갔다. 그렇게 두 번의 큰 피해를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이 유칼립투스는 히로시마에서 피폭수목을 대표하는 생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물론 나무에게 사람과 같은 의지나 감정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검게 그을리고 부러진 뒤에도 다시 자라난 모습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히로시마성에서 본 위령비가 당시의 일을 사람의 기록으로 남겨놓았다면, 이 유칼립투스는 그날의 흔적을 몸에 간직한 채 지금도 살아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하게 복원된 성을 둘러본 뒤 이런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것도, 히로시마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