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일상#920]비오는 날 만난 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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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하늘이 잔뜩 흐리긴 했지만 설마 비가 올까 싶어서 그냥 나왔다. 그런데 딱 10분쯤 걸었을까.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나온 김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오히려 한산하고 조용해서 나쁘지 않다.

그렇게 한참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에 들어온 빨간 꽃.

꽃무릇이다.

일본에서 산책하다 보면 요즘 논두렁이나 길가에서 꽃무릇을 자주 만난다. 몇 송이씩 옹기종기 피어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한국에서는 가을이면 꽃무릇을 보러 일부러 여행을 가야했다.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처럼 유명한 군락지를 찾아 온통 붉게 물든 풍경을 보는 것도 가을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런 꽃을 일본에서는 이렇게 평범한 산책길에서 만난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계절이 되면 길가에서 불쑥 만나게 되는 게 신기하고 반갑다.

꽃무릇은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나온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히간바나(彼岸花)라고 부르는데, 가을 피안 시기에 맞춰 꽃이 피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그런데 꽃을 보고 있다가 문득
‘이렇게 예쁜 꽃은 왠지 독이 있을 것 같아.’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진짜 독성이 있는 꽃이었다.

예쁜 얼굴로 독까지 품고 있다니.
알고 보니 조금 무서운 꽃이다.

주말 산책도 좋고, 비 오는 날도 나름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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