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72. 나는 고양이스럽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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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집에서 고양이를 꾸준히 키웠었다. 시장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에 2천~3천원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한 마리를 사워서 목욕을 시키고 방 안에 두면, 그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에 저절로 자꾸만 쳐다보면서 행복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 밖에 나가서 동네친구들과 같이 뛰어노는 것 보다도 더 재미있는 것이 집 안에서 새끼고양이들과 동거동락을 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류하기를 "사람을 싫어하는 성격이거나 이기주의자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 말이 고양이의 실제 습성과 흡사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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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양이를 많이 키워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고양이는 습성이 조용하고 독립적이다. 화장실도 정해진 장소에서만 해결하고 청소해주기도 아주 간단하다. 기분이 좋을 때엔 혼자서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갑자기 다리 사이로 비비고 들어와서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면서 애교를 부린다.

하루 24시간중에서 절반이상이 편안하게 잠을 자거나 아니면 졸리는 눈으로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골똘히 명상모드로 열심히 수행정진을 하고 있다. 그것도 햇볕이 드는 아주 따뜻한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말이다.

개처럼 시끄럽게 짖어대지도 않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고, 의사표시를 할 때에는 꼬리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살랑살랑 흔들거나 하는 식으로 표시를 하기만 할 뿐이니, 고양이의 기분 맞춰주는 것도 의외로 간단하다.

물론 심각한 털갈이와 우당탕거리는 시끄러운 장난질과 음식 만들때의 귀찭게 옆에서 기웃거림과 발정 때의 울어대는 소리때문에 고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 안에서 사람과 함께 동거하기엔, 고양이만큼 나름 깔끔하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대해줄 수 있는 애완동물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간혹 귀여운 길고양이를 만날때면 가볍게 손인사와 반가움의 표시로 간지럼을 피우는 정도이지만,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까지 아무리 귀여운 고양이라고 해도 신경쓰이는 존재가 함께 있다는 것이 싫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약간씩 보호관리 차원에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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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집 주변의 길고양이들이 한 번씩 나에게 찾아오는 일이 있는데, 유달리 어렸을 때에 고양이들을 좋아했던 기억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양이만 나타나면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 때문에 계속해서 나를 찾아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 고양이라는 놈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만이 보일 수 있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타인의 애정에 목말라하면서도 다급해하지도 그렇다고 애걸하지도 않는 도도함과 우아함, 조용하게 자신에게만 몰입하고 있으면서도 타인에게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이 올라오도록 만들어내는 고고하고도 세련된 듯한 자태들,

그래서 "고양이 스럽다"고 표현을 하게 되면, 일명 "아주 도도하고 우아한 힘을 과시하면서도, 자기중심을 굳건하게 가진 상태에서의 사랑스러움"을 가진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더구나 고양이는 자기 베필을 만나거나 가정을 이루게 되면, 그 즉시로 자신의 환경변화를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소리 소문없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마치 인간관계에서 인연을 계속 맺을 것인지 끊을 것인지를 확실하게 결단하지 못해서 우유부단하게 끌려가는 것과는 극단적으로 다르게, 아주 고양이스러운 냉정함과 결단력은 냉혹스럽기까지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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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여러가지 면을 살펴보면, 나라는 사람은 아주 "고양이스러운" 면이 많은 사람이다. 어릴적에 고양이들을 만나기만 하면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던 그 습성의 이면에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고양이스러운 면을 다분히 가지고 이번 생애에 지구로 온 연유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길고양이 커플이 집 문 앞에서 서성서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외면하고 눈길도 주지않으면 나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그냥 가버리겠지,,, 그리고는 한 동안 찾아오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만약 먹이를 주게되면 또 며칠동안 찾아오겠지만 말이다. 추운겨울날에는 길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려우니, 나 같이 한 번씩 먹을 것을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 역시 고양이 스럽기 때문에, 먹는 것을 달라는 식으로 보채지도 않고 귀찮게 물고 늘어지지도 않는 성격이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은근 슬쩍 한 번 인사치레나 하는 척 하면서 "먹을 것 좀 나눠주세요"라고 애교스럽고 상냥하게 한 마디 특 내뱉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리고 먹을 것이 없으면 그냥 체념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비굴하게 굴지도 않는 존재이다. 이것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존재가 그 존귀함과 품위를 지키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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