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안녕하세요, @winnie98 입니다.
독자와 소통을 하는 듯한 방식의 글은 오랜만이라서, 왠지 기분이 좋아요. :)
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는 스티미언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곳에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이 주제에 있어서 아주 무지한 사람도, 무엇인지는 알지만 왜 필요한지는 모르는 사람도, 페미니즘을 아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일전에 저는 이 주제의 글을 쓰면서 강한 워딩을 썼었습니다.
'강하다' 라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다른 글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강하긴 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의 성향을 보았을 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반감을 살 수 있는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친절한 워딩으로 페미니즘을 설명하겠다-고 얼마 전에 밝혔습니다. 이 글은 그 친절하기로 마음 먹은 첫번째 글이 될것인데, 제 서술이 여러분에게 잘 와닿기를 바라며 시작해봅니다.
페미니즘과 여성 혐오
페미니즘 : 가부장제로 인한 성별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하려는 공통의 목표를 지닌, 사상이나 이론 혹은 정치 운동
여성 혐오 : 단순히 여성에 대한 혐오와 비하가 아니라, 여성을 일반화하고 대상화하는 일체의 타자화
저에게 누군가가 페미니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로 인한 모든 여성 혐오를 없애는 것'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사실 페미니즘이란게 정말, 별 게 아닙니다. 여성들이 그저 사람 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사상과 운동이 된 것이지요.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는 언제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최초의 여성학 강의는 1977년 이화여자대학교에 '여성학 강좌'라는 이름으로 개설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라고 하는데, 1970년 중반이 한국에 페미니즘이 들어온 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대생이라면 굉장히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ㅎㅎ)
2015년 이전의 한국식 페미니즘은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우리에게 여성 주의가 생소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러나 사회가 점점 발전해 나가고, 일반 대중들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이 사회의 가부장제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에게 더 이상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게 왜 여성혐오야?
이런 질문을 하는 이는 대개 여성 혐오를 여성 증오와 동일하게 여기고 있더군요. 즉, 여성 혐오가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 김치녀와 같은 특정 단어처럼 가시적인 것만을 여성 혐오라 생각하며 '나는 여혐을 하는 남자들을 다 비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성들은 물론이거니와, 페미니스트인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여성을 혐오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페미니즘은 가시적이지 않은 모든 혐오까지 없애자는 취지의 운동입니다.
또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것입니다.
"여성 혐오만 있어? 남성 혐오도 있잖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상당히 난감합니다. 왜 난감하냐면, 그들이 갖고 오는 사례가 맨박스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맨박스 :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에게 씌워지는 억압, 즉 '남성이 남성다울 것'을 강요하는 것
그들이 제게 질문하는 '남혐' 사례는 전부 맨박스 사례였습니다. 제게 질문을 하려거든, 본인이 궁금한 그것이 과연 여성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남성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고민해 보시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누군가가 말하더군요.
"혐오 문제를 남녀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보다, 가해자/피해자로 생각하는게 맞지 않나요?"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저는 다시 한 번 페미니즘의 정의를 상기시켜 드립니다. 여성 주의의 목적은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로 생겨난 여성 혐오를 없애는 것'입니다. 여성 혐오를 만들어 낸 주체가 누구이고, 또 어떤 세력이었을까요? 그것을 생각해 보신 뒤 질문해주셨으면 합니다.
중립은 곧 권력이다
여성들이 밤길에 안전하게 집에 가고 싶다는 것, 성범죄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것, 커리어를 결혼으로 인해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 맞벌이하면서 집안일을 전담하고 싶지 않다는 것, 이게 어떻게 ‘신념’입니까. 퀴어들이 지워지고 싶지 않다 하는 것, 혐오세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것,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호받고 싶다는 것, 이게 어떻게 ‘의견’입니까.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죠.
“신념을 칼날로 쓰지 말라.”는 사람들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나 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이 어떻게 ‘신념’ 씩이나 됩니까. 더 웃긴 건, 그 외침이 어떻게 당신에게 ‘칼날’ 씩이나 됩니까. 내가 온전하게 살아가게 되면 당신이 대체 무슨 피해를 입으신다는 거예요. 권력이라는 것이 정말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내 ‘생존권’이 당신에겐 ‘신념’일 수 있는 것, 의견차이로 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권력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토론에서 중립일 수 있는 것은 곧 권력입니다. 동성결혼 논의에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할 수 있는 것, 차별금지법은 아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낙태를 반대할 수 있는 것,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 느끼고 비판점을 찾아내게 되는 것, 이런 쟁점에서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권력입니다. 당사자에겐 애당초 찬반의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반대 의견을 들을 줄 모른다고 하시는 데, 내 인생을 반대하는 의견을 어떻게 듣겠습니까. 당신에게 패배는 기분 나쁠 뿐이지만, 우리에게 패배는 인권을 포기하는 건데요. 이 차이를 정말 모르시겠어요? 생존의 절박함이 당신의 기분 때문에 좌절되는 것, 그만한 권력의 방증이 어딨습니까.
몇 명은 더 죽고 나서야 중립이었던 당신은 ‘사회적 합의’를 줄 겁니다. 그 때까지 우리의 인권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 분노했다가는 “너희가 너무 극단적이어서 사회적 합의가 지연되는 거야.”, “남의 말 들을 줄 모르는 진보세력들이, 트럼프라는 괴물을 당선시킨 거야.” 이런 말이나 듣게 됩니다. 정작 ‘사회적 합의’를 지연시킨 권력층들이, 분노의 기저에는 관심도 없는 다수들이, 직접적 차별만큼이나 큰 역할을 한 중립의 간접적 동조인들이, 그 책임을 약자들에게 전가시켜버릴 수 있다는 것. 이게 곧 권력입니다.
출처 : 페이스북 'Charlie Choi' 님
글을 쓰면서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글의 길이가 어느정도인 것이 좋지? 이번 글에서는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야 하나?
길게 쓸 바엔, 간략하고 알기 쉽게 쓰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겐 글을 아주 길게 쓸 말주변도, 그 긴 글에서 독자의 집중력을 유도할 능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팀잇에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아는 분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저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아주 길게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아예 쓰지도 않았겠죠?)
글의 끝자락에서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은, 여성 혐오가 없어져야 남성들이 맨박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것이 우리가 페미니즘을 배워야 하는 이유란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서술할 글들이 여러분의 젠더 문제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글을 제공해 주신 Charlie Choi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