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하고도 2개월 전이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그를 보았다. 은발에 진한 눈화장을 한 그는 내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때 당시 그가 딱히 잘생겼다고 느껴진 건 아니었다. 그저 내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법을 잘 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그 무대만 계속 돌려 봤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내 세계에 들어왔다.
생소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과거사가 깨끗해야 했고, 논란거리도 없어야 하며 자신의 분야에 멋진 커리어가 있어야 했다. 처음이었다. 그에 딱 맞는 사람은.
그의 인터뷰, 팬들에게 해주는 말, 가사로 전하는 마음은 나를 사로잡았다. 고등학교 3년, 야자를 하고 집에 가서 잠들어야 할 새벽, 그의 라디오를 들으며 그와 교감했다.
그가 불러 준 하루의 끝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0시, 11시에 집에 들어와 하루의 끝을 들으면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하얀 꽃잎이 물에 닿으면 투명해지는 산하엽을 들을 때에도 이상하리만큼 눈물이 났다.
지난 겨울, 따뜻한 겨울을 불러 준 그의 목소리 덕분에 춥지 않았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것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한 아이가 내게 와서 "선생님, 이거 보셨어요?" 라며 그의 사망 소식을 보여주었다. 심장이 쿵 내려 앉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 학생이 그것을 보여 주기 전에도 '샤이니 종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인 것은 알고 있었다. 바빠서 볼 엄두도 못 냈었다.
이상했다. 그 아이는 원래 신곡을 발표 할 때에도, 어떤 발언을 할 때에도 그 정도 집중을 받지는 않는 아이였다. 그 조용했던 아이가 죽음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의 재능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쓴 곡들, 그의 언어, 그의 감성, 그의 시민 의식, 그가 죽기 전에 알고 있었다. 기자가 그러더라. "샤이니 종현, 그는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 시민이었다." 또 사람들은 말하더라. "몰랐는데, 가사를 참 잘 쓰는 친구였다. 최고의 아티스트였다."
고흐가 이런 것이었으리라. 죽고 나서야 비로소 가치를 인정 받는, 기분이 정말 멜랑꼴리 해지는 그런 것이었으리라. 사람들의 칭찬과 슬픔, 애도 앞에서 나는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라고 말하는 그는 늘 우리를 응원했다.
수험생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결과,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순간을 위해 노력했던 여러분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후회없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포기하지 마세요. 인생, 아직 전반전 반도 안 지나갔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모든걸 잊고 편안하게, 오늘을 위해 달려온 여러분에게 휴식을 주세요.
수험생도 아니었던 나는, 17살 겨울의 나는 그의 말에 위로 받았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샤이니 종현만 궁금해 한다. 인간 김종현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의 울음을, 그의 슬픔을 그저 넘겨 버렸다.
그의 위로를 받고 내가 그에게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번 달에는 그의 꿈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는 어린 소년으로 표현되었다. 나보다 키가 작고 천진난만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닌 아이였다. 무슨 지하철 역 안이었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그 속에서 그는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며 웃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갔다. 개찰구를 사이에 둔 그와 나는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행복해 보였다. 그의 얼굴을 내 손으로 감쌌다.
"거긴 행복해?"
"응, 정말 좋아. 넌?"
"응, 나도 좋아. 별 일 없어야 해, 알았지?"
"걱정하지 마. 난 정말 괜찮아."
그의 얼굴에 감싼 내 손을 풀었다. 그는 다시 웃으며 역 안을 뛰어다녔다. 그리고 난 꿈에서 깨어났다.
그의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한다. 저 날을 이후로 나는 걱정 없이 그를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가끔, 그가 생각 난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도 그가 생각 난다.
서점에 가서 그의 마지막 앨범을 샀다. 수록곡 중엔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도 슬퍼 말라는 노래도 있더라. 도대체 언제부터 준비 했던 거니.
봄이 오기 전에, 따뜻해지기 전에 한번 보자는 그의 목소리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나는 자라서 당신보다 어른이 되는게 참 슬픕니다.
당신은 언제나 28살에 머물어 있겠지만, 나는 언젠가는 당신보다 어른이 되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 테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겠지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지도, 혼자서 살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더 이상 내게 어른이 아닌 게, 참 슬픕니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상하리만큼 당신의 죽음에 슬퍼합니다. 아마 당신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20대 청춘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그의 발인일에 민트색 달이 떴다.
무사히 좋은 곳에 잘 간 것이라고, 나는 멋대로 해석했다.
겨울을 좋아한다고 한 그는 영원히 겨울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