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한반도를 펄펄 끓게 만들었던 폭염이 거짓말처럼 한풀 꺾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거운 날씨가 이어졌는데,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확실히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다.
서울은 지난 7일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을 정도로 무더웠지만, 불과 이틀 뒤인 9일에는 31도대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7월 22일부터 17일 동안 이어졌던 열대야도 드디어 멈췄다.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들기 어려웠던 날들이 지나가고, 오랜만에 선선한 밤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이번 더위가 누그러진 것은 한반도를 덮고 있던 ‘이중 고기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마치 두꺼운 이불처럼 한반도를 덮으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았는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이 물러나면서 열기가 빠져나갈 길이 생겼다고 한다.
여기에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내려온 찬 공기까지 더해지면서 기온이 빠르게 떨어졌다. 특히 밤에는 햇볕이 사라지면서 찬 공기의 영향이 그대로 나타나 열대야도 함께 사라졌다. 동해안과 산간 지역은 초가을을 떠올릴 만큼 선선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았던 폭염이었는데, 날씨의 변화는 정말 순식간이다. 아직 낮에는 34~35도까지 오르는 곳이 있어 완전히 더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밤이라도 편하게 잠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살 것 같다.
다만 태풍 소식은 마음에 걸린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여러 태풍이 발생해 있고, 태풍이 지나간 뒤 남긴 뜨거운 공기가 다시 한반도로 들어오면 폭염과 열대야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당분간은 무더위에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해줄 것 같다. 어제부터 찾아온 이 선선한 날씨가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정말 조금씩 여름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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